하정우 주연의 영화 <백두산>에 수지가 하정우의 아내 역할로 캐스팅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6살 차가 나는 두 배우가 부부 역을 연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마약왕> 또한 1967년생인 송강호의 아내 성숙경 역을 맡은 김소진과 내연 관계에 있는 로비스트 김정아 역을 맡은 배두나 두 배우 모두 1979년생으로 12살씩 차이가 난다.
드라마의 경우
한편 드라마의 경우, 현재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남자친구>나 상반기 큰 화제를 모았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처럼 연상연하 커플을 컨셉으로 내세운 작품이 아니더라도 남자주인공을 맡은 배우보다 여자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나이가 많은 사례는 특별히 화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흔하다.
<황후의 품격>의 장나라 역시 상대역인 신성록, 최진혁 보다 나이가 많고, <뷰티 인사이드>에서 주인공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서브커플 이다희, 안재현 역시 두 살 연상연하였으며, 그 외에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신혜선과 양세종, 실제 커플로 발전한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민영과 박서준, <내 ID는 강남미인>의 임수향과 차은우 등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물론 반례도 없지 않다. 드라마에서도 <미스터 션샤인>처럼 나이차가 많은 커플 설정으로 구설수에 오른 작품이 있고, 영화의 경우에도 <스윙키즈>처럼 또래 배우들이 남녀 주인공을 맡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영화계는 정말로 남자주인공의 짝으로 나이 어린 여자배우를 낙점하는 경향이 있는 것일까?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최민식, 이병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의 필모그라피를 통해 알아보았다. 각 배우들의 필모그라피를 연대기순으로 정리하고 그 가운데 아내, 연인 혹은 로맨틱한 감정이 오가거나 성적인 관계를 맺은 상대방이 있는 작품에서 상대 여자배우의 나이를 확인해보았다.
송강호
국민배우 송강호는 어떨까? 40대 초반, <밀양>을 찍을 때까지는 비교적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전미선이나 문소리, 전도연 등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그러던 중 <박쥐>와 <푸른소금>이 그래프를 드라마틱하게 흔들어놓았다. <박쥐>는 송강호가 체중을 10kg나 감량하며 노력한 덕인지 김옥빈의 성숙한 마스크 덕인지 기대 이상의 합을 보여주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푸른소금>의 경우, 무려 23살 연하의 신세경과의 멜로라는 무리수를 두고는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실패했다. 최근 개봉한 <마약왕> 역시 상대역을 맡은 배두나, 김소진 배우가 모두 띠동갑 연하로, 연인 혹은 부부로서의 투샷이 썩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김윤석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부터 거칠지만 인간미 넘치는 역할까지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 김윤석은 어떨까? 14살 차이가 나는 박효주 배우와 두 작품을 함께 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년배의 여자배우들과 손발을 맞춰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견미리, 김희애, 김성령 등 연상의 상대역을 여러 번 만나온 점이 눈길을 끈다.
설경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설경구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래프 상에서 <싸움>과 <서부전선>이 유독 눈에 띈다. <서부전선>의 경우 아내 역을 맡은 이상희가 무려 16살이나 어렸고 <싸움>의 경우 전 부인 역의 김태희가 13살 연하였다. 위의 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도산>이나 <해운대>, <소원> 같은 작품에서도 상대역을 맡은 여자배우들과 거의 열 살 가량 나이차가 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참고로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퀴어 케미를 선보였던 임시완은 21살 아래였다.
황정민
황정민의 경우, 9살 연하의 임수정과 함께 한 <행복>, 11살 연하의 한혜진과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을 제외하면 비교적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드물게 제작되는 정통 멜로 장르였는데 흥행에도 실패했고 영화에 대한 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안정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만들어낸 데는 <댄싱퀸>을 비롯해 무려 세 작품이나 같이 출연했던 1살 연상의 배우 엄정화의 기여도가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
최민식
1956년생, 올해로 만 56세의 최민식은 놀라울 정도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배우들과 출연한 작품이 많다. 그 가운데는 부녀 관계 혹은 사제 관계라는 설정 때문에 상대역과 나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 같은 영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 더 많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침묵>에서도 애인 유나 역을 맡은 이하늬와 무려 21살 차이가 났다. 아내와 사별하고 새로 만난 여자이고 이십대 딸과 서로 부딪히는 사이라는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두 배우가 사랑하는 사이라 납득하기는 쉽지 않은 그림이다.
이병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스무살 연하의 김태리와의 멜로 연기로 논란을 불러왔던 배우 이병헌은 어떨까? 20대 시절 연기했던 작품들은 전부 또래 배우와 출연했지만, 주연배우로서 입지가 탄탄해진 30대로 접어들면서 상대역의 나이가 대폭 어려졌다. 총 14개 영화 가운데 10살 이상 어린 여자배우와 손발을 맞춘 작품이 7편이나 될 정도다. 나이차가 가장 많이 났던 사례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인데, 중전 역을 맡았던 한효주가 성숙하고 차분한 연기를 보여주어 영화 상에선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17살이나 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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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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