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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쳐물 절대 클래식 <괴물>

호러교실

by 미드나잇 스포일러 2022. 8. 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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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남극. 미국 과학 기지에 외계 괴물이 침입한다. 괴물은 이미 노르웨이인들의 기지를 전멸시키고 왔다. 외부와의 통신은 두절되었고, 눈 폭풍마저 몰려오는 중이다. 대원들은 극한의 환경에 고립된 상태에서 이 정체불명의 외계 괴물과 싸워야 한다.


이미지=영화<괴물> ⓒUniversal Pictures

문제는 이 괴물의 특징이다. 괴물은 근처의 생물을 공격해서 그 생물의 특징을 모두 흡수한다. 생김새뿐 아니라 지능이나 성격 같은 세세한 특징까지 세포 단위로 완벽하게 변신한 채로 태연히 그 생물의 무리에 섞여 들어가고, 기회를 틈타 또 다른 개체를 공격한다. 계속 동료가 죽어 나가는데도, 누가 괴물이며 몇 명이나 섞여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이미지=영화<괴물> ⓒUniversal Pictures

누군가 괴물로 변해 나를 공격할 수 있고, 그 결과 나도 괴물이 될 수 있다. 뱀파이어물이나 좀비물 등 호러의 여러 하위 장르가 이런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외형이 구별되는 경우에는 보고 달아날 수도 있고, 우리 편끼리 뭉쳐 싸울 수도 있다.


이미지=영화<괴물> ⓒUniversal Pictures

그런데 그 구별이 쉽지 않은 감염 공포물이 있으니 이를 ‘신체 강탈자’ 장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돈 시겔 감독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 그 리메이크작인 필립 카우프먼의 <외계의 침입자>(1978) 같은 영화는 옆집 사람이 언제 어떻게 외계인이 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바로 이 영화 <괴물>(1982)도, 그리고 같은 원작으로 1951년에 찍은 하워드 혹스 감독의 <괴물>도 마찬가지로, 누가 적인지 쉽게 구별할 수 없다는 설정을 공유한다.


이미지=영화<괴물> ⓒUniversal Pictures

점 더 들여다보면 이것은 매카시즘(McCarthyism)에 대한 은유이고, 공산주의나 파시즘 등 다른 이념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그린 설정이다. 좀 더 쉽고 직접 와 닿는 것은 감정이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가 흔들리는 데서 겪게 되는 감정들, 즉 동료 간의 의심, 의심에 따른 희생, 결백함에 대한 억울함 등이다.


그런데 아침까지도 함께 당구를 치고 농담을 주고받던 동료가 어쩌면 괴물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어서, 또는 그가 나를 괴물로 의심해서, 서로 총구를 겨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네놈이 괴물인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고, 아무리 내 결백을 주장해도 믿어주지 않고, 결국 등 뒤에서 칼을 들고 달려들어 우리끼리 죽이는 끔찍한 내분이 일어난다. 게다가 방금 죽인 동료가 결백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비극적인 사태가 반복된다.


이미지=영화<괴물> ⓒUniversal Pictures

<괴물>은 고어영화로 분류해도 될 만큼 잔인한 장면이 많다. 몇만 년 동안 우주를 떠돌며 다양한 생명체를 흡수하면서 완벽하게 진화한 ‘괴물’ 자체도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괴물>이 호러영화로 훌륭한 이유는 관계의 상실에 대한 공포를 잘 빚어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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