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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는 억지스럽고 총격전은 사실적인 [사보타지]

밀덕을 위한 영화 속 무기

by 미드나잇 스포일러 2021. 12. 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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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사보타지]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특수요원이라면 그 많은 곳 중에서 어느 기관에 소속된 요원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법 집행 분야에 따라 독립된 기관을 만들고 각자 무장 특수부대를 두어서 특수 요원이 참 많다. 각 주와 도시 경찰에는 스와트(SWAT)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유행시킨 경찰 특수부대가 있고 주 경찰의 권한을 넘어서는 사건을 맡는 FBI에는 SWAT와 HRT라는 특수부대가 있다. 주류·담배·총기는 ATF, 이민·세관은 ICE, 마약은 DEA가 단속하며 각각 특수부대를 가지고 있다. 전투복과 장비가 대부분 비슷하므로 옷이나 전술조끼 등에 붙이는 커다란 소속 기관명 패치로 서로를 구분한다. [사보타지]는 이 중에서 DEA 특수부대 요원들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DEA 특수부대는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이지만 요원들의 모습을 너무 과장되게 묘사하여 설득력이 부족해졌다. 마약조직과 싸우는 특수부대라 해서 모두가 마약 조직원의 행색을 하는 건 아니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조직 내 잠입과 진압을 함께하는 부대로 묘사되지만 일반적으로 수사 요원과 진압 요원은 별도로 운영된다. 가택수색 등 무장작전은 5~7명 정도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각자의 역할을 암기하고 하나의 몸처럼 움직여야 하므로 많은 훈련시간이 필요하다. 잠복이나 정보수집 등의 수사 역시 적게는 몇 달에서 길어지면 1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팀 한 곳에서 두 가지 일을 함께하기는 어렵다.

 



요원들의 몸에 그려 넣은 문신도 과장된 부분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문신에 관대한 나라여서 현역 군인이나 경찰 중 문신을 한 사람이 많다. 다만 제복을 입었을 때 민간인에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옷에 가려지는 부위에 하거나, 노출되는 부분이라고 해도 인종, 범죄 등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문신이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DEA 요원들의 문신은 범죄조직원이 소속이나 자신의 범죄 횟수를 과시하는 크리미널 타투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 마약 조직에 잠입하기 위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문신 특징이 마약 조직에 넘어가면 오히려 잠입이 쉽게 들통 날 것이다. 심지어 요원 중에는 마약 중독자도 있다. 법집행기관은 소속원의 약물 사용에 대해 엄격하다. 마약 단속국 소속에다가 영화에서처럼 상부에 찍힌 문제 요원이라면 약물검사는 피해갈 수 없다.

 


[사보타지]의 감독인 데이비드 에이어는 [트레이닝 데이], [다크 블루], [SWAT 특수기동대] 등의 각본을 쓰고 [스트리트 킹], [엔드 오브 왓치] 등의 감독을 하면서 경찰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묘사만큼은 높이 인정받았다. 그런데 [사보타지]에서 갑자기 이런 GI조 마냥 과장된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여주니, 개봉 예정인 2차대전 영화 [퓨리]마저 걱정될 정도다.

 


액션 연출과 각종 소품은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잘 만들어져 있다. 특히 영화의 마무리에 등장하는 차량 추격전에서는 단 4명과 차 2대 만으로 놀라울 정도로 긴박한 화면을 만들었다. 모양도 구성도 제각각인 DEA 요원들의 장비와 소품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내로라하는 전술장비 업체 여러 곳이 영화제작에 참여하였고 일부 총격전 장면에서는 총에 카메라를 부착하여 사격자의 시선으로 목표를 보거나, 반대로 총구에서 사격자를 보는 등 사격 교관들의 교육 영상에서 유행하는 카메라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영화 엔딩 롤에서 화면 하나를 넘길 정도로 표시된 협찬 업체명을 보고 있으면 미국 총기 시장이 요즘 장사가 안되긴 정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요원들의 기지에 잡동사니처럼 놓인 온갖 예술품들을 하나하나 정식으로 협찬받았다는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얼굴과 영화 [람보 II]의 포스터를 합성하여 만든 ‘론보(RONBO)’그림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재임 기간에 마약과의 전쟁에 많은 지원을 했고 특히 DEA에도 적지 않은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에 DEA 현장요원들이 좋아하는 그림으로 놓기에 좋은 소품이다. 주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에게는 같은 공화당 소속의 선배 정치인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극장에 가는 이유는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이지 경찰 용품 전문업체의 홍보영상이나 공화당 팝아트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엔딩을 보면 2편 제작의 복선을 깔아놓은 것 같은데 이런 영화를 또 만든다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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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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