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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을 위한 영화 속 무기

밀덕들 숨넘어가는 최고의 총격씬 [히트]

by 꿀마요 2021. 12. 2.


영화 속의 무기에 대한 글을 써오면서 언젠가 꼭 다루고 싶었던 마이클 만의 [히트]가 얼마 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재상영되었다. [히트]는 모두가 인정하는 범죄 액션물의 걸작인데, 특히 시가지 총격전은 이후 다른 영화와 게임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마이클 만은 [히트](1995) 촬영을 위해 경찰과 군대의 경력자들에게 조언을 받았다. 특히 은행 총격전에서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 일당의 동작은 영국 특수부대 SAS 출신의 ‘앤디 맥냅’에게 받은 훈련의 대표적인 성과다. 실제 소수의 특수부대가 자신들보다 수가 많은 적과 만났을 때 맞서 싸우면서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퇴출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앤디 맥냅은 [히트] 제작에 참여하기 전, 걸프전 당시의 작전 경험을 담은 ‘브라보 투 제로’라는 이름의 책을 쓴 적이 있다. 이 책을 바탕으로 1999년에 제작한 동명의 영화 [브라보 투 제로)(1999)에서도 [히트]의 은행강도 총격전과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태양의 눈물]에서 미 해군 SEAL 대원들이 다수의 적과 싸우는 총격전 장면에서도 닮은 전술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군 SAS의 전투를 다룬 [브라보 투 제로](좌)와 미 해군 SEAL의 전투를 다룬 [태양의 눈물](우)

그런데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일이다. 특수부대와 은행강도에게서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니. 영국의 SAS나 미국의 SEAL은 우호적 관계의 특수부대이므로 전술이나 노하우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작전 중 퇴출요령이 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강도들이 그런 고도의 전술을 구사하고 능숙하게 총기를 다룰 수 있을까? 총격전 중 크리스 쉬헐리스(발 킬머)가 경찰에게 앞뒤로 포위당한 상태에서 콜트 M733 자동소총의 탄창을 갈아 끼우며 양쪽에 사격을 가하는 동작은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정확하다. 닐 맥컬리 일당이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설명도 따로 없는 탓에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장면이 너무 완벽해서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오가기도 한다. 



마이클 만이 1989년에 제작한 TV 영화 [LA 테이크다운]은 [히트]의 전신 같은 영화인데,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시카고 경찰 강력반 형사였던 척 애덤슨이, 현직 경찰 시절 사살한 ‘닐 맥컬린’이라는 실제 범죄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척 애덤슨은 이후에도 TV 시리즈 [크라임 스토리]와 [마이애미 바이스] 제작에 참여하며, 마이클 만의 범죄 영화제작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LA 테이크다운]에서도 대낮에 정장을 입고 자동화기로 무장한 은행강도들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지만, [히트]의 완성도와는 차이가 크다. 총격을 받고 있는 쪽의 차 문을 열고 나오다가 총에 맞거나, 쓸데없이 본넷위로 몸을 굴리는 허술한 장면이 많다. 전투 전문가들이 보면 코웃음을 쳤을 장면들이다. 천하의 마이클 만도 처음부터 천의무봉한 총격씬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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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