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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을 위한 영화 속 무기

생각 없이 즐기는 구식 액션영화의 쾌감 [익스펜더블3]

by 꿀마요 2021. 12. 2.


익스펜더블 시리즈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불가리아에서 촬영했는데, 동유럽 군사독재국가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장소들을 많이 지원받아 훨씬 스케일이 커진 느낌이다. 특히 초반의 소말리아 모가디슈 항구는 휴양지로 유명한 바르나 항구에서 촬영되었는데 불가리아의 대표적 도시 중 하나로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항구를 어쩜 그렇게 모가디슈처럼 보이게 만들어놨는지 놀랍다. 촬영 장소뿐 아니라 군사장비 지원도 받아 불가리아 육군 전차 T-72나 팬서 헬기 등이 등장하여 액션 장면의 볼륨을 풍부하게 만들어냈다. 


 
익스펜더블 시리즈는 사실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액션물이지만 의외로 영화의 배경에는 실제의 용병 세계가 탄탄하게 깔린 영화다. CIA가 국가안보(?)를 위해 비공식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해야 할 때 신뢰할 수 있는 민간인 용병들에게 업무를 의뢰하는 것은 지금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가 용병들에게 PMC(민간 군사 기업 Private Military Company)라는 그럴듯한 비즈니스적 겉모습을 갖추게 하면서 양지로 끌어올리려고 시도한 분야이기도 하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CIA가 고용한 용병(또는 용병으로 신분을 세탁한 비공식적인 인물)이 파키스탄 등 타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거의 공식적인 사실이다.  

   
익스펜더블 시리즈에는 이렇게 실제 용병이나 CIA 임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장면들이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는 리얼리티에 집중하는 [본 아이덴티티]류의 ‘뉴 스쿨’ 액션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기계처럼 훈련된 요원들의 프로패셔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동할 때 팀원 간의 간격이나 동작도 엉망이고, 주변 경계는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복장도 전투복이라 하기엔 이해할 수 없는 구성으로 착용하고 있다. 그러다가도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적에 맞서 싸우면서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는데, 아무데나 쏘면 적이 알아서 죽어주는 수준의 액션이다. 찰리 쉰이 '올드스쿨' 액션 영화들을 패러디한 [못 말리는 람보]를 연상시킬 정도다. 
 


그러나 [익스펜더블 3]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더 말도 안 되는 액션으로 정면 돌파한다. 이런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정신적 지주인 바니(실베스터 스탤론)의 애용품 ‘콜트 싱글 액션 아미’다. 싱글 액션 아미는 서부극 영화에나 나오는 구식 권총이어서 21세기게 전투용으로 사용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놀랍게도 바니는 이 총으로 여러 번 목숨을 구한다. 한편, ‘뉴 스쿨’을 대표하는 새로운 팀원 마스(빅터 오티스)가 가지고 있는 XM25는 디지털 전투 시스템을 내장한 첨단 총기이지만,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한다. 구관이 명관이랄까. 

[익스펜더블 3]는 뇌 끄고 볼 수 있는 구식 영화의 원초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이런 시리즈 하나쯤은 계속 나와도 좋겠다 싶었는데, 피어스 브로스넌이 가세하는 4편을 벌써 준비 중이라고. 부디 다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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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