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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박신혜, 이종석의 숨은 명작 <피노키오>

by 꿀마요 2021. 11. 29.

박신혜 결혼 발표를 맞아 찾아본 박신혜의 숨은 명작. 박신혜 하면 '상속자들'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오랜 박신혜 팬들은 오히려 '피노키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이 나오는 최인하(박신혜 분)와 유년기 시절 미디어의 희생양이 되어 온 가족이 해체되는 비극을 맞은 후 인하의 집에 입양된 최달포(이종석 분)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복수심에 비뚤어져 버린 달포의 형 기재명(윤균상 분)과의 재회를 통해 인하의 어머니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뉴스앵커 송차옥(진경 분)과의 끝나지 않는 악연을 그리고 있다. 극이 중반으로 치달으며 두 가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달포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달포의 원래 이름은 기하명이다. 소방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순직이 미디어의 취재 경쟁으로 왜곡되어 순식간에 승진에 눈이 멀어 동료들을 사지로 내몰고 도주한 범죄가 되어버린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자살했다. 어머니와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인하의 조부에 의해 구조된 어린 하명은 그때부터 혼란스럽고 아픈 과거를 모두 숨기고 살아간다. 

재명은 송차옥에 의해 또 한 번의 고통을 겪는 사이 순식간에 가족을 잃고 홀로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다 아버지를 억울하게 죽게 한 화재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야 아버지의 시신이 백골로 발견되었지만 그에 관한 뉴스는 한 줄도 나오지 않는 현실에 분개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실행한다. 그렇게 형제는 용의자와 사회부 기자로 마주치고 만다. 극 중반까지 하명은 어린 자신을 든든히 지켜주던 형의 존재를 그리워하다가 13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 형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한다. 누구보다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으나 부조리한 사회로 인해 악인이 되어버리고만 형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삼키는 이종석의 연기는 그 절정을 보여주었다.

 

달포와 인하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삼촌과 조카로 함께 자랐다. 달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울 결정적인 거짓 증언을 한 사람이 피노키오 증후군이었으며, 가장 악독하게 자신의 가족에게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도록 여론몰이를 했던 기자가 바로 인하의 어머니였음에도 운명의 장난처럼 인하를 사랑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자라난 감정을 애써 감추고 살아온 달포에 비해 인하는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된 달포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둘은 애틋한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인하에는 누구보다 존경했으나 자신의 신념과 정반대되는 생을 살아온 어머니의 실체와 마주해야 하는 고통과 함께 그런 어머니로부터 삶이 파괴된 대상이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라는 현실 또한 감당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며 사랑을 지키려는 듯 했으나 재명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에 처하며 가까스로 진실을 향해 다가가려는 달포의 처지가 눈물겹다. 

 

박혜련 작가는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주인공의 직업을 변호사로 설정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사회부 기자를 선택했다. 또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박수하(이종석 분)는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초능력을 갖고 있고 <피노키오>의 최인하(박신혜 분)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특이증세를 갖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설정 안에 두는 것과 동시에 사회 전문직으로 배치하여 눈치채지 못하는 게 나은 속마음이나 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거짓말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한다. 실제로 주인공들 간의 로맨스나 억울한 사건의 복수를 사적인 감정에 따라 해결하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해 각자의 직업을 통해 돌파하게끔 한다. 

 

그러나 사건 해결에 큰 비중을 두었던 <너목들>과 다르게 <피노키오>에서는 주인공 최달포(이종석 분)가 갖게 되는 복잡하고 세밀한 감정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기에 앞으로 최달포가 기하명의 정체를 되찾음으로써 형제간의 정과 연인과의 사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더욱 기대된다.

 

이상 박신혜의 숨은명작 '피노키오'였습니다. 

이미지=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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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