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마음씨에 뛰어난 요리 솜씨와 야무진 살림 실력까지 갖춘 완벽한 며느리 사금란. 장기 해외 출장 중인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치매에 걸린 시할머니는 물론이고 몰상식과 무개념으로 똘똘 뭉친 시어머니와 시누이 둘까지 인내와 끈기로 보필한다. 하지만 사금란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이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시댁식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밖에 나가도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첫사랑 남편과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며 씩씩하게 시집살이를 버텨낸다. 그러나 미국에 가 있던 남편 이강준(정겨운 분)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교채연(왕지혜 분)과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결혼을 하겠다며 함께 귀국한다.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용기 내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사금란의 억울함이 계속된다. 심지어는 의문의 죽임을 당할 뻔 하는데, 극적으로 살아남아 전신성형을 통해 사금란(하재숙 분)에서 사라(한예슬 분)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남편에게 교채연을 뺏긴 남자 한태희(주상욱 분)와 의기투합하여 복수를 계획한다.
SBS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틀에 박힌 이야기를 가볍고 빠르게 전개하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대강의 줄거리만 들어도 이미 알고 있는 여러 작품의 소재를 마구 섞어 놓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데, 전신성형(영화 '미녀는 괴로워')을 통하여 전 남편에게 다가가 유혹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드라마 '아내의 유혹') 연인에게 배신당한 두 남녀가 복수를 위해 뭉쳤다가 사랑에 빠지는 설정(영화 '애딕티드 러브')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또한 정숙한 여주인공의 극 중 성이 사씨이고 교활한 여주인공의 극 중 성이 교씨인데 결국 바람을 피운 남편이 몰락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고전소설 '사씨남정기'와도 얼핏 유사해 보인다. 이 부분은 제작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이것저것 짜깁기한 뻔한 드라마'라고 결론을 내버리기엔 한예슬과 주상욱이 만들어내는 코믹한 장면들이 꽤 재밌다. 설정은 이미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대놓고 만화적인 연출과 빠른 전개로 내용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순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평면적인 캐릭터들을 복잡하지 않게 배치했다. 황당한 사건들을 심각하지 않게 꼬아놓은 뒤 권선징악이 뚜렷한 인물들을 엮어 놓으니 가볍게 즐기기에 좋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애교를 장착한 완벽한 미녀 한예슬이 있는 것이다.
<스파이 명월> 촬영 도중에 미국으로 잠적해버려서 드라마 업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한예슬이 3년의 공백을 깨고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에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제작발표회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여권을 미리 받았다'고 너스레를 떠는 감독 옆에 서서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한예슬의 모습은 긍정의 의미에서 '과연 그녀답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사랑스러웠다. 연기력 논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던 귀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 발산하는 만화적인 면모의 완벽한 미녀를 연기하기엔 한예슬만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환상의 커플>에서 보여줬던 나상실의 연장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그런 모습이야말로 한예슬이 제일 잘하는 연기이자 시청자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덕분인지 <미녀의 탄생>의 시청률 또한 안정적으로 오르고 있다. 사라의 남편이 저지른 살인 공모와 태희 쪽 집안의 비밀 등 본격적인 사건들이 얽히고, 태희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한민혁(한상진 분) 등의 악역들이 등장하면서 초반의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좋은 컨디션으로 스토리의 개연성을 잃지만 않는다면 팬들의 바람대로 그녀가 무탈하게 드라마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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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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