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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어설픈 요리에 열광하기 <오늘 뭐 먹지?>&<삼시세끼>

by 꿀마요 2021. 11. 29.

 


티브이를 틀면 온통 먹방이다. 구성진 성우의 소개에 따라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던 시대를 지나 인기 연예인들이 전국을 누비며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스타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대 앞에 서기도 하고, 전국 팔도의 요리 고수들이 실력을 펼치는 요리 경연 프로도 꾸준한 인기다. 

 

내로라하는 쉐프들을 모아놓고 매번 다른 식재료를 통해 색다른 요리를 선보이기도 하고, 마트에서 쉽게 접하는 반조리 식품으로 그럴싸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기만 해도 침이 솟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화려하고 새로운 요리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음식들을 불안한 실력으로 내놓는 남자들이 있다. 올리브티브이의 <오늘 뭐 먹지>와 tvn의 <삼시세끼>다. 
 

이미지= 올리브 TV

신동엽, 성시경의 <오늘 뭐 먹지>는 말 그대로 매일 매일 한 끼 때우기가 막막한 평범한 이들에게 쉽고 간단하게 맛을 낼 수 있는 가정식 레시피를 공유한다. 자신들이 그나마 해본 적 있는 간단한 요리들을 선보이거나, '날씨도 좋은데 소풍용 김밥을 말아볼까?' 하는 식으로 편안하게 흘러간다. 이따금 요리 고수를 초청하여 김치담그기 등을 배워보기도 하지만 어설프게 따라 하기 바쁘다. 이따금 엉망인 결과물을 내놓기도 하는데, 편집이나 재도전 없이 맛이 없다고 고백하고 끝난다.

 

이 프로는 분명 요리를 소개하고 그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요리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중점을 두지 않는다. 중간 과정에서 당황하는 신동엽과 너스레를 떠는 성시경이 투닥거리며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하며, 요리를 마무리한 뒤 나란히 앉은 식탁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거기다가 늘 소주를 찾는 신동엽의 캐릭터도 한몫을 한다. 


넘쳐나는 맛집과 신기한 요리들의 홍수 속에서 티브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매일 매일 근사한 식사를 찾아가는 이벤트를 열 수는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래서 <오늘 뭐 먹지>는 하루하루 평범한 한 끼를 때우지만 그 안에서 소소한 맛과 재미를 찾는 것에서 공감을 불러온다.    

이미지=tvN

이서진과 옥택연의 <삼시세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남자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 나가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느닷없이 시골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깔끔한 조리대와 준비된 식재료는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시골에서의 끼니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과정으로 완성된다. 차를 타고 멀리 장에 나가야 하고, 대부분은 밭에서 직접 길러낸 식재료가 상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본격적인 요리는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이조차도 쉽지 않다. 버튼만 누르면 불이 켜지던 삶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둘이서 꾸려나가기에도 벅찬 시골의 삶인데, 매번 대하기 어려운 손님들이 찾아와 밥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렇게 막막하고 아슬아슬하지만 어떻게든 맛 좋은 시골 밥상을 차려내는 것으로 오늘도 무사히 삼시 세끼를 넘기는 것이 이 프로의 핵심이다. 


이서진과 옥택연은 드라마로 인연을 맺은 사이이기도 하지만, 둘 다 해외유학파의 도회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남자 둘이 투박한 시골의 풍경 속에 놓이니 지금껏 가져왔던 세련미는 사라져버리고 '투덜이와 빙구'라는 별명이 붙여져 어설프기 짝이 없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 요리 그 자체보다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주문한 음식이 차려지고 먹기까지 빠르게만 흘러가는 패스트푸드의 삶에 익숙해 있던 시청자들은 준비부터 과정까지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시골의 여유로운 정취를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의 요리 프로들은 화려한 칼질과 현란한 불 쇼로 진귀한 식재료들을 멋진 요리로 탈바꿈시키는 근사한 남자들을 주로 보여줬다. 하지만 이제는 평범하고 서툰 남자들의 어설픈 요리에 매력을 느끼는 시대로 바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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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