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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이승기, 차승원의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시청자를 포위하려면

by 꿀마요 2021. 11. 28.

복합장르 드라마가 아니면 안 되는 건지 이번엔 '청춘 성장 로맨스 수사물'이란다. 공중파에 케이블 드라마는 물론이고 미드에 일드, 영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드라마를 접하는 시청자들의 장르별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더 복잡하고 새로운 설정에 흥미와 재미를 느낀다는 분석도 있긴 한데, 복합장르 드라마가 본연의 뜻에 충실하기 위해선 정통 장르 드라마에 비해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진지함과 가벼움, 달달함과 긴박함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의 스토리를 이끌어가기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의 시작은 꽤 괜찮았다.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에 겪게 되는 결정적 사건이 발생한 마산을 배경으로 전개된 1,2회까지는 특히 좋았다. 표방하는 장르에 걸맞게 코믹한 에피소드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범죄 사건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한껏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배경이 서울 강남경찰서로 옮겨지면서 한순간에 얼개가 느슨해졌고, 그 탓인지 배우들의 합도 썩 좋지가 못하다. 성인 배우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시트콤같이 가볍기만 한 설정과 대사가 넘쳐나고, 심각한 장면으로의 전환은 매끄럽지 못하다. 

 


오합지졸 신임 형사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며 팀웍을 만들어간다는 설정이라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시트콤같은 억지 상황과 유치한 말싸움에 너무 집착한다. 청춘 성장물이라는 장르를 녹인답시고 강남서 강력반을 남녀공학 고등학교 교실쯤으로 활용하며, 투닥거리는 장면만 보여주고 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인공들은 이십대 중반을 넘어 경찰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성인들이다. 직업 정체성을 찾는 성장물을 그려야지, 사춘기 학원 성장물을 보여줘선 곤란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다른 인물은 몰라도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해 자신의 상사이자 강력3팀 팀장 서판석(차승원 분)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대립해야 하는 신입 형사 은대구(이승기 분)만큼은 오랜 분노와 불안한 심리를 마음속에 감춘 채 냉정하고 명석한 두뇌형 형사를 연기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승기는 사사건건 비뚤어진 사춘기 소년처럼 억지를 쓰며 덤벼대고 이를 받아치는 차승원 또한 윽박지르기와 짜증으로 일관한다. 둘 다 어딘가 안정되지 못한 연기를 하고 있다. 코믹연기는 물론 정극 연기도 훌륭한 두 배우이기에, 연출과 극본의 문제는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극의 중심이 되는 두 배우의 합이 위태위태한 가운데 유일한 여형사, 어수선(고아라 분)을 소비하는 방식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논리와 판단력은 부족한데 감정이 앞서서 일을 그르치고 마는 전형적인 민폐형 여주인공에 그치고 있다. 

 


1,2회에 가졌던 기대가 성인 연기자들의 등장과 함께 꺾여버린 시점에서 [너포위]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보다 메인 스토리에 대한 집중력이다. 지금처럼 매 회 에피소드 방식으로 진행해선 안된다. 반드시 은대구와 서판석의 갈등과 오해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웃긴 장면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 한다. 은대구의 치기 어림과 하극상만으로는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 갈 것이다. 무엇보다 성인 연기자의 입을 통해 '야 이 빠가사리 조카의 크레파스 십팔색같은 놈아!'같은 대사는 더 안나오길 기대한다.

이미지=SBS

글쓴이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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