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트머스:
[빅맨]의 진짜 악역은 누구?
김지혁(강지환 분)은 고아원에서 자라 시장통을 구르며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적처럼 눈을 떠보니 대기업 현성그룹의 장남 강지혁이 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현성그룹의 진짜 아들 강동석(최다니엘 분)에게 심장 이식을 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음모 속에 내던져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지혁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평생 가족처럼 지내던 시장통 사람들의 인생까지 와르르 무너진다. 그렇게 재벌기업을 상대로 한 김지혁의 복수가 시작된다.
KBS 드라마 [빅맨]의 초반 시청률이 부진했던 것은 사회적 분위기도 있었지만,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고 단순한 주인공이 '돈이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논리로 무장한 재벌가에 의해 기만당하는 장면이 편치 않았던 탓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보기 힘든 이야기들이 지나가고 통쾌한 복수극만 남은 상황에서, 문득 이 드라마의 진짜 악역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건 왜일까.
소미라(이다희 분)는 현성그룹의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한다. 엄밀히 회사의 일이 아닌, 최고경영자와 그의 가족들을 보필하는 일이다. 실제로 그러한 부서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도 큰일이다. 기업이 사업상 발생한 이익을 사측과 사회환원에 쓰지 않고 경영자 개인을 위해 운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소미라는 재벌 2세 즉, 강동석과 연애 중이다. 운전기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소미라의 어머니는 버스 기사가 되었다. 자신은 어엿한 대기업의 직원이지만, 가정형편은 지극히 소시민의 삶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 소미라는 강동석의 연인이라는 자리에서 재벌이 저지르는 수많은 부조리를 수습하는 삶을 산다. 강동석이 비자금을 전달하는 일을 하자, '왜 위험한 일을 아랫사람 시키지 않고 직접 하느냐?'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게다가 자신을 사랑하는 김지혁과 약혼자 강동석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며 삼각관계를 만들어 놓았다. 또, 김지혁을 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한 뒤, 그의 심장을 강동석에게 이식하려고 했던 일에 연루되어 있다. 시장 사람들의 삶이 불행해지는 것에도 일조했으면서 큰 죄책감이나 각성 없이 '현성은 감히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깁지혁은 이런 소미라를 구하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고 누명을 벗을 기회를 잃었지만, 소미라는 자신의 삶에 대한 위협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다.
악행을 자처하진 않지만 동조했고, 약간의 가책 정도를 느끼지만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기회가 있음에도 결국 나서지 않았다. 어쩌면 소미라야말로 이 드라마의 진짜 악역이 아닐까.
이미지=KBS
글쓴이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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