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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교복을 다시 입고 싶어지는 <학교다녀오겠습니다>

by 꿀마요 2021. 11. 30.


2014년 7월에 방영을 시작한 JTBC의 예능프로그램 <학교다녀오겠습니다>가 해를 넘겨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학창시절이 그리운 연예인 어른들과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고등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같은 교실에서 생활한다. 연예인이라고 봐주는 거 없이 모든 일과를 소화해내야 하는 학교생활을 통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평범한 고등학생들과 만드는 추억이 소소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고정 출연자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성동일은 학생보다는 교장 선생님에 가까운 연배다. 하지만 워낙 친숙한 연기를 해온 배우이기에 아이들은 곧잘 ‘동일이 형’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성동일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30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우리 때랑은 정말 다르네~'를 연발하면서도 늦은 시간까지 좁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자식 같은 애정을 느끼고 선생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작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마음을 쓴다. 성동일 뿐 아니라 이종혁 등 나이가 많고 아이를 키우는 게스트일수록 예전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진 면학 분위기에 '이래도 되니?'를 연발하며 당황하지만, 결국 아이들과 가깝게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도 어른처럼 다양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반면 록커 윤도현은 아이들에게 좀 더 친숙한 형의 이미지면서 여선생님들의 인기도 한몸에 받고 있다. 딸을 가진 아빠지만 유부남보다는 자유로운 청년의 이미지가 강한 윤도현은 특히 음악 시간이나 학교 축제, 캠핑 등 교내 행사 준비를 할 때 뛰어난 리더십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열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그 안에서 아이들과 대화하며 의견을 수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아낌없이 지원한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무리를 이끄는 것으로 긍정적인 리더십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학교다녀오겠습니다>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바로 '강나면주'로 불리는 M.I.B의 보컬 강남과 모델 남주혁이다. 이 둘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교복도 잘 어울리고 반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 물론 방영 초기에는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모든 전학생이 그렇듯이 이내 친해져서 매점에 몰려다니고, 기숙사에서 야식을 먹다 적발되며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생활을 보낸다. 

 


강남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고등학교를 퇴학당한 경험이 있는데, 스무 살이 넘고 사회생활을 하다 다시 고등학교에 돌아와 보니 이제는 적응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개성이 강하고 조금은 독특한 성격을 가진 아이가 제도권 안에서는 비록 부적응자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엔 자신의 재능을 통해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강남에게는 진지한 모습보다는 시종일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난스러운 모습이 많다. 심지어 분식집에서 습득한 수갑을 남주혁에게 채워서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학창시절에 말썽은 심하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게 했다. 사실 강남의 독특한 캐릭터는 모델에서 예능으로 분야를 확장한 남주혁에게도 큰 변화를 주었다. 방영 초반에는 비주얼 캐릭터에 그쳤지만 강남을 만나는 것으로 남주혁 또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히 찾게 되었다. 

 


<학교다녀오겠습니다>의 공식홈페이지 참가 신청 게시판에는 지금도 꾸준히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입시를 준비하며 집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것이 전부인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에게 단 일주일이라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다시 학교에 다닐 일이 없는 어른들에게는 소중한 학창 시절을 추억하는 프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제작직은 학생들을 예능 프로에 동원된 엑스트라로 소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주인공인 공간 안에 녹아들 수 있는 게스트를 신중하게 기용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지=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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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