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누가 우승할까? <한식대첩> 시즌 3

by 꿀마요 2021. 12. 5.

서울, 전남, 북한의 삼파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강력한 우승후보 중의 하나였던 북한이 ‘육수’ 경연에서 탈락하면서 최종 세 지역은 서울, 전남, 전북으로 압축되었다. 전국의 한식 장인들이 진검승부를 펼치는 <한식대첩> 시즌 3. 이제 준결승과 결승만 남은 가운데 과연 올해는 어떤 지역이 우승할까?




먼저 시즌마다 상위권을 유지하는 서울팀은 올해도 우승팀으로 손색이 없다. 오랜 친구 사이인 데다가 참가자 둘 다 기능장이어서, 어느 팀보다 실력이 탄탄하다. 주안상 대결에서 손이 많이 가기로 악명높은 ‘신선로’를, 그것도 살아있는 황복을 잡아 한 시간 안에 완성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기에 가까웠다. ‘서울 깍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두 도전자의 솜씨엔 빈틈이 없다. 평소보다 많은 수의 음식을 완성해야 하는 결승전이나, 종종 1인 미션으로 치러야 하는 끝장전 모두, 이렇게 두 도전자의 실력 차가 없는 팀이 유리하다. 그러나 의외로 끝장전을 두 번이나 거쳐온 험난한 여정이었다.


기능장과 명인으로 이루어진 전남팀도 만만치 않다. 전남팀은 시즌 1에서 우승, 시즌 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지역이지만 이번 시즌엔 초반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패자부할전에서 참게 닭곰탕과 즉석 참게장으로 1위를 차지한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참게 닭곰탕은 이질적인 재료들 사이의 밸런스가 완벽하다는 평이었다. 즉석 참게장은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먹는 게장으로 심사위원들의 상식을 넘는 파격이었다. 주안상 대결에서 덕자찜과 함께 내놓았던 ‘낙지수박 물김치’ 역시 생소한 메뉴였지만,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전남팀의 음식엔 이렇게 새로운 전통을 창조하는 호방함이 있다.



마지막으로 육수 미션의 끝장전에서 우승후보 북한을 꺾고 올라온 전북팀이 흥미롭다. 전북은 보통 한정식과 비빔밥으로 대표되는 지역 이미지 때문에 강력한 우승후보일 것 같지만, 시즌 1에서는 초반에 탈락했고, 시즌 2에서는 끝장전 단골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팀을 만나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끝장전에 가지 않고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다과상 대결에서 1위를 차지한 복분자 단자, 연사과, 콩깨찰은 서로를 살뜰하게 챙기는 고부지간, 그러니까 그들 자신처럼 단란하고 사랑스러웠다.

 


뒤돌아보면 이 세팀 이외에도 모두 쟁쟁했다. 대한민국 9호 기능장으로서 경연과는 상관없이 지역의 음식 자체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제주도팀의 고집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천하일미’라는 경연주제에 고급 식자재를 자랑하는 다른 지역 사이에서, 보란듯이 곤드레나물을 들고나와 첫 경연에서 우승한 강원팀도 기억에 남는다. 만두도 송편도 아닌 북한의 혼돈찜은 남쪽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화려함이었다.

이렇게 <한식대첩> 시즌 3는 우리가 다 알지 못했던 한식 자체의 넓고 깊은 우주를 보여주었다. 시즌 2에 김성주가 MC를 맡으면서 예능적인 재미가 추가되었지만, 제작진은 선을 넘는 연출은 지양하고 있다. 참가자 사이에 작위적인 긴장관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식이라는 거대한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악은 없고 논란만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얄팍한 연출과는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다시, 과연 어느 지역이 우승할까? 주제나 대결방식의 차이에 따라 지고 이김이 있을 뿐, <한식대첩>에 출연한 고수들의 경연엔 승패와 상관없는 품격이 있다. 한식으로 평생을 살아온 서로에 대해 진중한 존경이 베어 있다. 누가 이기든, 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멋진 승부가 될 것이다.



이미지=Olive <한식대첩> 시즌 3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글쓴이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