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의 격돌 <뻐꾸기둥지>vs<왔다!장보리>
<뻐꾸기둥지>에서 연기 인생 처음으로 악역을 맡게 된 이채영은 상대 배우이자 '막장의 여왕' 장서희의 조언과 아낌없는 응원에 힘입어 연기혼을 불태웠지만 상대는 너무 막강했다. <왔다!장보리>의 이유리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평을 받으며 막장 드라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악행의 악행을 거듭했다. 법무부는 블로그를 통해 연민정의 죄목을 정리해 게재했는데 재물손괴죄부터 살인미수에 이르기까지 무려 전과 5범이었다. 이유리는 연민정 덕분에 결국 연기대상의 영광을 거머쥐게 되었다.
사랑의 발견 <괜찮아 사랑이야>vs<연애의 발견>
폭발적인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어른들의 현실적인 연애와 사랑을 다룬 드라마도 있었다. 공효진과 조인성이라는 캐스팅만으로 화제였던 <괜찮아 사랑이야>는 관계 기피증을 가진 정신과의사와 정신분열증을 앓는 남자가 서로의 아픔을 인정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정신과가 마음의 감기가 걸리면 누구라도 한 번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극 중 조인성의 또 다른 자아로 분했던 엑소의 멤버 도경수의 발견이 화제가 되었다. <연애의 발견>은 헤어진 다음에 시작되는 연애라는 독특한 시점에서 미처 다 헤어지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그렸다. 여전히 달콤한 에릭 문정혁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로맨틱코미디 퀸의 자리에 올라온 정유미가 만들어내는 예쁜 장면들이 오래도록 남았다.
빠질 수 없는 가족 이야기 <왕가네 식구들>vs<가족끼리 왜이래>
<왕가네 식구들>은 3대가 함께 생활하는 왕씨 가족을 중심으로 부부간의 갈등과 부모의 편애로 인한 자식들의 갈등을 그린 드라마다. 하지만 고부갈등을 넘어서 불륜과 출생의 비밀, 가족이기주의 등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의 집안싸움이 뒤엉킨 막장 가족드라마에 가깝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시청자들의 묘한 심리를 자극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가족끼리 왜이래>는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아빠가 개인주의적인 자식들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불효 소송'을 중심으로 가족이기에 당연하게 여겼던 고마움과 미안함을 돌이켜보게 하는 휴먼 가족 드라마를 표방한다. 아직은 막장코드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유쾌한 이야기다. 역시 40%를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사극의 다른 길 <정도전>vs<기황후>
‘KBS는 역시 대하드라마’라는 공식을 증명했던 <정도전>은 사극 누아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중장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사 왜곡의 논란이 잦았던 트렌디 사극의 흐름에서 벗어나 그간 시청률이 부진했던 정통 사극을 새롭게 부활시키는 공을 세웠으며,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연기파 배우들의 혼을 담은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더했다. 반면 <기황후>는 역사적 인물만을 차용한 픽션 드라마임을 강조했음에도 역사 왜곡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드라마적인 재미를 반영하듯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역사상 엄연히 존재하는 인물들의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일대기는 시청자들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의 성공 <밀회>vs<미생>
드라마의 인기를 개그맨들의 패러디로 가늠할 수 있다면 김희애는 올해 최고의 여배우였다. <밀회>에서 나이를 무색게 하는 김희애의 미모와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춘을 보여준 유아인의 농밀한 감정연기는 삶에 치여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잊고 살아온 유부녀들의 마음에 격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한편 <미생>은 지난한 삶을 묵묵히 이어가기 위해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위로였다. 주인공들의 로맨스라인 없이도 얼마나 완벽한 이야기가 가능한지를 증명하며 공중파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2014년을 빛낸 드라마로 <별에서 온 그대>를 빼놓을 수 없다. 감히 다른 드라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반도를 넘어 대륙까지 점령했다. <별그대>만큼의 화제를 모으진 못했지만 다양한 장르와 뛰어난 작품성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드라마로는 <개과천선>, <쓰리데이즈>, <신의선물>, <마마> 등이 있었으며, 케이블 드라마로는 <고교처세왕>, <연애 말고 결혼>, <나쁜녀석들>, <유나의 거리> 등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드라마가 TV를 통해 행복한 순간을 선사했다. 2015년에도 브라운관을 풍성하게 채워줄 드라마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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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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