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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타 비하인드

이제 환갑을 넘긴 장국영이 남긴 불멸의 명장면

by 꿀마요 2022. 10. 27.

“마음이 피곤하여 더 이상 세상을 사랑할 마음이 없다.“


2003년 4월 1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투신한 고(故) 장국영이 남겼다는 유서의 내용이다. 팬들은 그의 자살 소식이 너무 짓궂은 만우절 장난이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는 정말로 우리 곁을 영영 떠나고 말았다. 올해는 그가 살아있었다면 환갑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장국영 자신도 자랑스러워 했을 불멸의 명장면들을 추억해보자.


1. <영웅본색2> 갓 태어난 딸의 이름을 지어주고 숨을 거두는 자걸


이미지=<영웅본색 2> ⓒFilm Workshop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쌍문동 5인방이 함께 <영웅본색2>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집중해서 보고 있는 장면은 심각한 총상을 입은 ‘송자걸’(장국영)가 방금 딸을 낳은 아내와 통화하면서 죽는 장면이다. 이 장면 위로 장국영이 직접 부른 명곡 ‘분향미래일자 (奔向未來日子)’가 흐른다. <영웅본색2>는 <영웅본색>에 비해 내용도 억지스럽고 과장도 심하지만, 이 장면만큼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많은 눈물을 뽑아낸 명장면이다.



2. <천녀유혼> 섭소천과 영채신의 수중 키스신


이미지=영화<천녀유혼> ⓒCinema City Film Productions

1987년~88년, 그러니까 한국에선 장만옥, 임청하, 유덕화, 양조위가 아직 덜 유명하던 시절, 왕조현과 장국영은 아시아 최고의 미녀, 미남 배우였다. <천녀유혼>은 이 두 사람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 아주 로맨틱한 영화다. 당시엔 보기 드문 세련된 동양 귀신 영화였고, 정소동 감독의 화려한 특수효과가 섞인 무협이며 코미디까지 어우러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였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말에 개봉했는데, 국내 개봉관에서는 별로 흥행하지 못했으나, 동시상영관(재개봉관)과 비디오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채신(장국영)이 섭소천(왕조현)과 그녀의 방에 있는데, 소천의 주인인 나무귀신이 찾아온다. 채신은 그가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욕조에 숨고, 소천은 그를 빨리 내보내기 위해 목욕을 하려는 듯 옷을 벗는다. 숨이 딸려 물 위로 올라온 채신은 소천의 알몸을 보고 놀라고, 그 숨소리가 들킬까 걱정한 소천은 입으로 채신의 입에 숨을 불어 넣으며 다시 욕조 안으로 가라앉힌다. 이 키스씬은 홍콩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키스씬으로 꼽힌다.


3. <해피 투게더> 탱고를 추는 장국영


이미지=<해피 투게더> ⓒBlock 2 Pictures

장국영이 양조위의 속을 태우는 연인으로 등장한다. <해피 투게더>에서 장국영은 대부분 흐트러진 차림새로 등장하고, 그럼에도 항상 자신만만한 퇴폐미를 발산한다. 탱고는, 그런 그의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장르다. 그런데 영화 말미, 항상 장국영의 변덕에 끌려다니기만 하던 양조위가 결국 그의 곁을 떠난다. 혼자 남겨진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담요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장국영의 얼굴 위로 또다시 탱고가 흐른다. 여기에 쓰인 ‘Finale’는 우리가 알고 있던 탱고와 느낌이 다르다. 실연당한 장국영의 쓸쓸함과, 자유를 찾은 양조위의 비장함까지 다양한 감정을 골고루 아우르며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4. <금지옥엽>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장국영



이미지=영화<금지옥엽> ⓒUnited Filmmakers Organization

유명 음반 제작자이자 작곡가인 샘(장국영)과 그의 연인이자 인기 가수인 로즈(유가령). 둘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는다. 평범한 가수 지망생 소녀 자영(원영의)은 어쩌다 보니 남장을 하고, 샘에게 남자 가수로 발탁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중재하는 처지가 되지만 샘을 사랑하게 되고, 샘도 자영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한다. 이 장면은 샘이 자영에게 피아노와 노래를 가르쳐주다가 시범을 보이는 장면인데, 자영 뿐 아니라 로즈까지도 그의 노래에 빠져들게 된다.

여기서 장국영이 부르는 노래는 ‘추(追)’라는 곡으로, 내 모든 것을 다 버려도 당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 괜찮다고 하는, 열정적인 사랑의 고백이다. 1990년 가수 은퇴를 선언하고 연기에만 집중하던 장국영이 1995년 가수로 복귀한 직후에 나온 영화고, 스크린에서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한 장면이기도 하다. <첨밀밀>의 감독 진가신의 전성기 연출력이 돋보이는 세련된 로맨틱 코미디다.




5. <아비정전> 맘보춤을 추는 장국영


이미지=영화<아비정전> ⓒIn-Gear Film

흰 러닝 셔츠와 흰 박스 팬티만 입은 장국영이 전신거울 앞에서 맘보 춤을 추며 방과 욕실을 드나든다. <아비정전>은 분명 청춘의 방황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고, 장국영과 왕가위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이들도 많은 명작이다. 장만옥과 장국영이 함께한 순간마다 명대사가 나오고, 명장면으로 가득한 영화다. 하지만 이젠 가고 없는 사람의 가장 사랑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니, 이 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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