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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크리스마스 혼자 보내는 분들을 위한 '나홀로' 영화들

by 꿀마요 2021. 11. 25.

 



나홀로 집에 있는 사람에게 <나홀로 집에>를 추천하거나, 크리스마스 자체가 악몽인 사람에게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추천하는 식의 폭력 앞에, 우리는 언제까지 노출될 것인가? 크리스마스의 ‘크’자도 안 들리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 자신을 가둬놓고 다양한 다운로드 영화들로 48시간을 버텨본다. 


1. <나는 공무원이다>


혼자지만 이미 완벽한 사람이 있다. 마포구청 환경과에 근무하는 7급 공무원 한대희 (윤제문).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며, 적지 않은 월급으로 자기만의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 평상심의 대가. 뺄 것도 더 할 것도 없는 그의 완벽한 삶은 지하실로 이사 온 인디밴드 때문에 위기를 맞는다. 웬만한 일에는 들뜨거나 실망하지 않는 평상심의 대가에게 연말 분위기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노하우를 배워본다. 

 

2. <김씨 표류기>


자살마저도 마음대로 안 돼서,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승근(정재영)은 내친김에 그냥 섬에서 혼자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와 상황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는 은둔형 외톨이 정연(정려원)도 자신의 방안에서 고립된 생활을 이어간다. 사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다 혼자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정도는 혼자 있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혼자 계신 분들에게 얄팍하게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3. <내 여친은 피규어>


세상엔 참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이 있다. 특히 외로운 분 중에 이런 취향이 적지 않다. 물론, 존중해 드린다. 억울하게 해고당한 켄타로는 사람인지 피규어인지 구별이 안 되는 여인을 구해준 후, 사랑에 빠진다. <꽃과 뱀>, <가학의 성> 등 SM 성향의 영화를 주로 만드는 이시이 다키시의 또 다른 문제작. 피규어 역으로는 그라돌(그라비아 출신의 아이돌)로 유명한 사사키 코코네가 캐스팅되었다. 




4. <남쪽으로 튀어>


이 사회는 국민을 착취하는 시스템을 얼마나 공고하게 다져왔던가. 크리스마스도 본래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여지없이 놀아나고있다. 이런 시스템에서 과감하게 등을 돌린 분들은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국민 포기’를 선언하고 섬으로 들어가버린 영화감독 최해갑(김윤석)과 닮았다. 시간도 많은데, 동명의 일본 원작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비교하면서 봐도 좋겠다. 

5. <영웅 : 샐러멘더의 비밀>


과부 마음, 홀아비가 안다고, 외로운 사람들이 소외된 영화 봐줘야 하지 않을까? 한국, 러시아, 미국이 공동제작하고, 액션배우 김보성이 오랜만에 몸을 던졌던 필생의 프로젝트. 인류 최고의 파이터였던 표도르까지 캐스팅하면서 야심 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39개 관에서 개봉하여 5천여 명이 보는 데 그쳤다. 잔인하게 계산까지 해보면 한번 상영할 때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본 영화라고. 러시아와 한국의 특수부대가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의 살인 바이러스에 맞서 싸운다는 본격 액션영화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코믹 영화일 수도 있겠다. 


6. <더 테러 라이브>


라디오 생방송 진행 중이던 아나운서 윤영화(하정우)는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청취자의 전화를 무시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마포대교가 실제로 폭파된다. <더 테러 라이브>나 <폰부스> 같은 영화를 보다 보면, 한정된 공간에서도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집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분들에게 행복하고 다이나믹한 사건들이 한가득 일어나길 기원한다.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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