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 ALIEN은 '낯선, 생경한'이라는 뜻의 형용사이고,
명사로는 외국인, 외계인을 의미한다.
다른 세계, 외부에서 온 낯선 존재라는 뜻이다.
에일리언의 괴물을 '제노모프(xenomorph)'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외부에서 온(xeno-) 것(morph)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 에일리언은 아주 유명하지만 <에일리언>은 이 괴물의 낯선 특징을 내세운 영화다. 단단한 외피와 짙은 산성의 피, 입안에서 튀어나오는 또 다른 입, 크롬 빛깔의 이빨, 얼굴 덮기(페이스 허가), 배 뚫기(체스트 버스 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에일리언의 모든 것이 2122년의 인류와 1979년의 관객에게 완벽하게 생소하고 낯선 것이었다.
저런 특징과 위력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세상에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처음 본 우주 괴물이 두려운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죠스>의 식인상어도 경이로울 만큼 강하고 무섭지만 적어도 우리는 상어에 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많았다. 미지의 포식자 에일리언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만했다.
`낯선` 이라는 제목의 영화지만,
어두운 덕트 안에서 에일리언과 마주칠 때의 공포에는
익숙함에서 비롯된 감정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예 낯선 대상보다 인간을 닮은 것에 더 두려움을 느낀다. 벽에 핀 곰팡이가 우연히 인간 비슷한 형체로 보이면 무섭다. 사진 속에 개나 소를 닮은 얼룩을 보고 심령사진이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외계인의 외모는 인간을 닮았다.
몸통과 사지의 비율이 인간과 가깝고, 앞발을 손처럼 사용하고, 뒷발로 직립한다. 두상은 인간 머리뼈를 기초로 제작했다고 하니, 관객은 그 밋밋한 얼굴에서 자신과 닮은 실루엣을 발견하게 된다. 덕트 안에 나타난 그놈이 아예 낯설기만 한 형태였다면, 공포보다 먼저이게 뭐였더라 하며 궁리하는데 감정을 허비하다가 당하게 될 것이다. 공포를 느낄 새도 없이 죽는 장면을 공포영화에서는 필름 낭비라고 한다. 외계인의 생김새는 완벽한 다름을 추구하는 대신 인간의 특징을 바탕에 두었다. 이로써 등장과 동시에 관객의 원초적인 두려움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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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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