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낯선 에일리언의 모습은 <에일리언>에서 불과 1~2분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에일리언의 얼굴은 생생하게 기억되는 편이다.
단순함이 극대화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에일리언의 외모는 다른 많은 우락부락한 괴물들과 비교 해도 무서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이 괴물에게 눈이 없어서일 것이다. 눈을 마주쳤는데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은 상대하기 꺼려진다. 하물며 외계인은 눈이 아예 없고, 매끈한 투구 같은 얼굴에 이빨만 달려 있다.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놈은 감정이 아예 없이 잔인한 본능에만 충실할 것이다.
<에일리언 4>에는 리플리와 에일리언의 유전자가 결합한 시리즈 최강의 변종 에일리언이 등장한다. 그는 눈 코 입이 다 달려 있었고, 심지어 커다란 눈망울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여 리플리를 고민하게 하였다. 이 신세대 왕자는 거대한 퀸에 일 라이언을 한 방에 죽일 정도로 강했지만, 시리즈 전체에서 욕을 가장 많이 먹은 캐릭터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력과 비교하면 안 무섭게 생겼으니까. 오리지널 에일리언은 이처럼 단순한 미학의 극치를 취하고도 익숙함과 낯섦이 절묘한 경계에서 효과적으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 절묘한 생김새 덕분에 에일리언은 다양한 상징으로 해석되었다. 에일리언이 인간을 닮았다고 했는데, 특히 인간 수컷의 특정 부위를 많이 닮았다. <에일리언>이 남자에 의한 폭력의 역사를 은유하고 있으며, 당시 영화에선 드물던 강하고 현명한 여주인공이 에일리언과 싸워 이기는 것을 두고 페미니즘 코드로 읽는 해석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외계인은 사람(숙주)의 안에 유충을 심어 변태 과정을 겪게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고치의 배를 찢고 나와 성체가 된다. 영화<에일리언>의 첫 희생자가 바로 이 자기 안으로부터의 공격에 당한다. 그리고 이는 에일리언의 극악무도한 공포가 가장 격렬하게 전해지는 장면이다. 체스트버스터는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고, <에일리언 2>에서는 리플리의 악몽으로 재연되었다.
내 안에서 흉악한 놈이 자라나 내 배를 찢고 나온다는 공포가 그놈에게 잡아 먹히는 공포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이런 점에서 <에일리언>은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후 시리즈에서는 퀸 에일리언의 습성 묘사나 리플리 본인 마저 숙주가 되는 결말 등을 두고 모성애 코드로 해석하기도 한다.
<에일리언> 영화가 시작하면서 타이틀(ALIEN)이 뜰 때, 이 단어는 가운데 철자인 I부터 등장해 서서히 단어로 완성된다. I(나)에서 비롯되어 ALIEN이 된다. 에일리언의 생김새를 두고 여러 얘기를 했는데, 종합해보면 공포는 나와 닮은 대상에게서 낯선 것을 느낄 때, 또는 그 반대일 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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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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