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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기황후>가 <선덕여왕>의 영광을 재연하려면

by 꿀마요 2021. 11. 26.

[드라마 리트머스] <기황후>가 <선덕여왕>의 영광을 재연하려면



남장을 했을 때 가장 예쁜 배우를 꼽으라면 반사적으로 하지원이 떠오른다. 희한하게 남장을 해야만 더 예뻐 보이더라는 의견도 있지만, 요즘 남장과 여장을 오가며 펼쳐지는 하지원의 미모와 연기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빛이 나고 있으니 무시하기로 하자.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기황후>이야기다.   



<기황후>는 방영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으로 고충을 겪었다. MBC는 역사 고증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드라마가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허구 사건을 주로 다룬 픽션 드라마라 명시했지만, 그럴 거면 제목이 왜 기황후냐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대한 충분한 답변은 되지 못하는듯하다. 실제로는 천수를 누렸던 기승냥의 아버지가 20회차 만에 독을 마시고 죽어버리는 장면을 본 시청자라면,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피곤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승냥과 왕유의 합방씬도 나왔으니, 혹시 기황후가 낳은 원나라 마지막 왕이 고려인이라는 드라마적 설정으로 이끌고 나가려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한편 <기황후>는 역사 왜곡 이외에도 지난 연말 연기대상을 통해 퍼주기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아직 절반도 방영하지 않은 드라마가 연기 대상은 물론 최우수상, 우수상에다가 피디상에 이르기까지 총 7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가져갔으니, MBC가 잘 된 드라마에 상을 준 것이 아니라, 제발 잘 되길 바라는 드라마에 상을 미리 퍼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MBC는 혹시 <기황후>에게 <선덕여왕>의 영광을 재연해주길 바라는 게 아닐까? 5년 전 방영된 <선덕여왕>은 그 인기 덕분에 연장 방영은 물론이고 3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실 역을 맡은 고현정이 그 해 연기대상을 받았으며, 선덕여왕을 연기한 이요원 또한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로 연기자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기황후> 역시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으며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여인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선덕여왕>과 흡사한 부분이 있으니 MBC가 욕심을 내 볼 만도 하다. 



하지만 월화드라마 부동의 1위 시청률을 지키고 있음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렇게도 잠잠한 이유는 뭘까. 예능프로에서 너나없이 패러디하던 미실의 등장씬과 그 신묘한 배경음악은 아직도 기억에 또렷한데, 극의 중반부를 달려가는 이 시점에서 <기황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시청자들의 리뷰는 뜸하게 눈에 띄는 정도이고, 형식적인 기사들만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MBC는 <선덕여왕>의 영광을 재연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기황후>가 지금까지 세 주인공 간의 로맨스와 등장인물 간의 두뇌 싸움을 극적으로 잘 이끌어 왔다는 점을 주목한다. 일단 보면 재미있는 사극임은 분명하고, 떠들썩한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니진 않지만 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확실하다. 역사 고증을 떠나서 본다면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주조연 모두 충실하다. 특히나 글을 시작하며 언급한 바와 같이, 배우 하지원은 대상 미리 주기 논란을 불식시킬 정도로 역할 몰입과 해석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승냥이 어떻게 기황후가 되는지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에 걸쳐 충분히 소화해낼 것을 기대해볼 만 하다. 대개의 드라마가 중반부를 넘어가며 스토리의 긴장감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있는데, 초반의 이런저런 논란을 말끔하게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제작진이 지금 시기를 잘 넘기며 시청률을 20% 이상으로 올려놓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이미지 = MBC

글쓴이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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