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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김희선의 복귀작 <참 좋은 시절>

by 꿀마요 2021. 11. 26.

[드라마 리트머스] 김희선에게 기대해보는 <참 좋은 시절> 


1990년대 드라마를 논하려면 김희선이라는 배우를 빼놓고 불가능하다. 1993년 SBS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KBS2 <목욕탕집 남자들>, <웨딩드레스>, <프로포즈>, MBC <해바라기>, <세상 끝까지>, SBS <미스터Q>, <토마토>까지, 나오는 드라마마다 히트를 기록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탤런트이자 패션의 아이콘이었다. 오늘날 전지현이 바르고 나오는 립스틱은 바로 그 다음 날로 동나듯, 그때는 김희선이 하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가방에서 머리끈에 이르기까지 온 거리에 ‘김희선 스타일’이 넘쳐났다. 톡톡 튀고 발랄한 X세대를 대표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이렇다 할 인상을 주지 못하다가, 결혼 후 5년간의 공백을 깨고 2012년 화려하게 컴백한 사극 블록버스터 <신의>에서는 시청률 10%를 간신히 이어가며 예전만 못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런 김희선이 다시 한 번 야심 차게 브라운관을 두드린다.
 


새롭게 시작하는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김희선은 배우 인생 처음으로 억척스럽고 가난한 역을 맡았다. 김희선이 연기하는 ‘차해원’은 경주 제일의 부자였다가 한순간에 몰락해서 아버지까지 잃고 난 뒤, 대부업체 직원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간다. 입도 걸고 시커먼 사내들과의 싸움도 마다치 않는다. 착하기만 해서 끝까지 견디고 참아내는 씩씩한 캔디형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마음에 안 들면 소리도 지르고 바닥에 구르기도 하고 체면치레 다 벗어던진 채 주린 배부터 채우고 보는 악바리다. 1, 2회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김희선을 보니, 이번 드라마에서 세련되고 예쁘게 꾸밀 생각은 애초에 접었구나 싶다.

 


어쨌거나 연기인생 20년을 바라보는 배우의 입장에서 파격적인 모험을 한 데에는 작품에 대한 충분한 심사숙고가 있었을 것이다. <참 좋은 시절>은 배우캐스팅을 빼놓고 보더라도 <상두야 학교가자>, <이 죽일 놈의 사랑>,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통해 감성적인 필력을 과시한 이경희 작가가 14년 만에 집필한 주말극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된다. 아직 이야기가 더 진행되어봐야 알겠지만, 막장 가족의 자극적 설정에 찌든 시청자들에게 오랜만에 가슴 먹먹한 이야기가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김희선 또한 자신의 이름값을 드높인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발랄한 막내딸 연기를 한 이후 18년 만에 주말드라마로 돌아왔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역시 김희선의 연기력이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기고 삶의 깊이가 스며든 탓인지 털털하고 억척스러운 연기가 제법 자연스러운 것에 비해 경주 사투리가 아직은 입에 붙지 않는듯하다. 심지어 경주사투리도 아니고 어설픈 부산사투리를 흉내 내고 있다는 평도 있다. 

 

차라리 표준어를 쓰는 설정이었다면 부담이 적지 않았을까 싶지만, 연기자들이 모두 경주사투리로 연기하기를 작가가 특별히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김희선에겐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트렌디 드라마에서 벗어나 정극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할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윤여정을 필두로 쟁쟁한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한 가운데, 기죽지 않고 씩씩하고 굳센 ‘차해원’으로 태어나 지금까지의 부진을 깔끔하게 씻어내길 기대해 본다.
이미지 = KBS2

글쓴이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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