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 이언희 감독
12월 첫 주 개봉을 앞둔 <도어락>은 <미씽 : 사라진 여자>로 연기의 폭을 넓혔던 배우 공효진이 다시 한 번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영화다. 두 작품 사이에는 장르와 주연배우가 겹친다는 사실 외에도 재미있는 인연이 있는데, 바로 두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이 부부라는 것. <도어락>의 이권 감독과 <미씽 : 사라진 여자>의 연출자인 이언희 감독은 2009년 결혼해 올해로 9년차에 접어드는 부부 사이다.
두 감독들의 뮤즈 격인 배우 공효진과 이권 감독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델로 활동하던 공효진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캐스팅되어 배우로 데뷔하게 되었는데 당시 영화계에 막 입문한 이권 감독이 이 영화의 연출부 막내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영화를 시작한 동료애를 바탕으로 공효진은 <미씽 : 사라진 여자>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도 이권 감독의 아내인 이언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작품을 더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권 감독이 1974년생, 이언희 감독이 1976년생으로 이권 감독이 두 살 연상이지만, 감독 데뷔는 이언희 감독 쪽이 선배다. 이언희 감독의 경우 2003년 임수정과 김래원의 풋풋한 매력이 담긴 영화 <ing>로 데뷔했으며 이권 감독은 슈퍼주니어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이 데뷔작이다.
<도어락>은 그간 저예산 영화들을 연출해온 이권 감독에게 있어 사실상 첫 상업영화라 할 수 있다. <미씽 : 사라진 여자>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뒤 <탐정 : 리턴즈>로 홈런을 치며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역량을 증명해낸 아내 이언희 감독의 뒤를 이어 이권 감독 역시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규동 & 홍지영 감독
2018년 6월 개봉했던 <허스토리>는 위안부 소재 영화임에도 피해자를 대상화 하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연대하는 모습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민규동 감독이 남성으로서 이러한 연출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던 데는 직간접적으로 아내인 홍지영 감독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1995년 사설 영화학교에서 만난 두 사람은 1년 선후배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 공부를 하고 6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함과 동시에 프랑스로 함께 유학을 다녀왔다. 동시기에 영화를 시작해 이십여 년간 영화의 길을 나란히 걸어왔지만 두 감독의 데뷔 시기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민규동 감독의 경우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한 직후인 1999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바로 데뷔했지만 홍지영 감독은 2009년에서야 데뷔작인 <키친>을 찍을 수 있었다. 홍지영 감독이 임신, 출산을 겪으며 경력 단절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뒤 ‘넌 이제 영화 못한다’는 말을 듣고는 데뷔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는 홍지영 감독은 남편이 감독이기에 교대로 육아를 전담하는 등 이해를 해준 부분이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민규동 감독과 홍지영 감독에게도 두 감독의 연결고리 격인 배우가 있다. 이제는 충무로의 대세가 된 배우 주지훈이다. 두 감독들과 각각 두 작품씩을 찍었는데, 민규동 감독과는 스크린 데뷔작인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그리고 첫 악역 도전작이었던 <간신>을 함께 했으며, 홍지영 감독의 작품인 <키친>과 <결혼전야>에서는 공통적으로 남편 혹은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는 여주인공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마성의 매력남 역할을 맡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영향인지 두 감독 모두 주지훈에게 불어 연기를 주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는 주지훈이 프랑스인 파티셰 쟝과 한판 붙는 장면에서 유창한 불어로 험한 말을 내뱉는 모습이 나오고, 홍지영 감독의 <키친>에서는 트로트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불어로 달콤하게 노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전고운 & 이요섭 감독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올해 거의 모든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쓴 감독이 있다. <소공녀>를 연출한 전고운 감독이다. 전고운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동기이자 남편이 바로 <범죄의 여왕>의 이요섭 감독이다. 두 사람은 <1999, 면회>부터 <족구왕>, <범죄의 여왕>, <소공녀>까지 독립영화의 범주를 넘어 많은 팬을 끌어 모은 화제작들을 만들어온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이요섭 감독은 원래 광화문 시네마의 초창기 멤버는 아니었는데 전고운 감독과 결혼 후 광화문 시네마의 다른 멤버들과 친해지게 된 것을 계기로 <족구왕> 개봉 후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공녀>와 <범죄의 여왕>을 잇는 키가 되는 배우가 바로 이솜이다. <범죄의 여왕>에서는 사건해결의 열쇠를 쥔 히키코모리를 연기했고 <소공녀>에서는 주인공 미소 역을 맡아 위스키와 담배 등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살 곳을 버린다는 과감한 선택을 특유의 매력과 섬세한 연기를 통해 설득해냈다. 전고운 감독은 주인공으로 원래 좀 더 나이가 많은 여성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이요섭 감독의 추천으로 이솜 배우를 만나본 후 캐스팅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고운, 이요섭 감독의 영화가 아직 한 편씩밖에 세상에 나오지 않아 아쉬운 관객이 있다면, 자이언티의 ‘눈(feat. 이문세)’의 뮤직비디오를 추천한다. 이요섭 감독이 연출을 맡고 <소공녀>에서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로 출연했던 배우 안재홍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눈 내리는 밤, 없는 돈을 털어 호텔에서 가장 비싼 방을 예약하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는 가난한 남자친구의 모습이 마치 <소공녀>의 에필로그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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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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