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 테크놀로지]
기존의 스크린을 뛰쳐나온 영화. 스크린 X
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을 살펴보고,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첫 번째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특허 출원된 기술인 ‘스크린 X’다.
영화는 기술과 함께 발전하는 예술이다.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은 그저 열차가 도착하는 걸 촬영했을 뿐이지만, 인류는 화면 안에 갇힌 시공간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놀라고, 얼마나 많은 철학적 고민을 했을까. 3D 기술 역시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 등을 탄생시키며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영화체험을 선사했다.
최근 새로운 영상기술이 하나 더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칼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인 김지운 감독의 <더 엑스>는 최신 촬영 기술인 스크린 X(Screen X)를 활용하여 새로운 영화의 형태를 제시했다. CJ에서 자체 개발하여 특허출원 중인 스크린 X(Screen X)는 기존에 중앙 1면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던 환경에서 벗어나, 상영관 좌우 벽면까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원래 극장 내부에서 광고를 위해 벽면을 이용하는 퍼포먼스에서 발전했는데, 김지운 감독과 손잡고 실제 영화에 적용한 것이다.
<더 엑스>는 특수요원 엑스(강동원)가 의문의 가방을 배달하는 내용인데, 추격장면에서 3면의 스크린을 이용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그러나 초기의 3D, 4D 방식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더 엑스>는 아직 러닝타임 30분의 실험 작이다. 3D 입체영화들도 2D로 촬영한 후 이를 다시 3D로 변환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더 나아가 3D 영화만을 위한 연출, 촬영 기법이 지속해서 연구되고 있다. <더 엑스>도 이런 새로운 기법의 적용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스크린 X 상영관은 전국에 50개 정도 생길 전망이다. 올 연말에는 미국 L.A. 소재의 극장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드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크린 X 기술이 실제 영화 상영관에서 시도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지만 사실 3면의 스크린을 이용한 방식은 여러 차례 있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전부터 더 케이브(The Cave) 라는 3면이 프로젝터 화면으로 둘러싸인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 역시 게임상의 3D 공간에 3대의 게임 속 가상 카메라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설정하여 관객(혹은 플레이어)에게 3면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더 엑스>의 촬영 현장에서도 3대의 카메라로 270도를 동시에 촬영했는데, 그 기본 촬영 방식에서는 게임업계가 시도했던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 명이 3면의 스크린 정중앙에 위치하여 사방을 둘러보는 '더 케이브'의 방식과 달리 실제 스크린 X 극장 안에서는 관객이 앉아 있는 좌석의 위치에 따라 시각적으로 크게 다른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이외에도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한참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일루미룸(IllumiRoom)’ 은 추가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기존의 TV 화면을 넘어서 거실의 벽면 전체를 화면 속 공간으로 변환시키는 방식의 플랫폼이다. 일반가정 거실의 TV 주변 벽면을 분석하여 이에 맞는 영상을 각각 제공한다고 하니 이 역시 기대를 하고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레이싱 장면이나 워프 장면 같이 속도감 넘치는 장면에 적용 시키면 새로운 영화 체험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영상삽입 : http://www.youtube.com/watch?v=L2w-XqW7bF4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비롯하여 미국 L.A.와 플로리다 지역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트랜스포머 3D 라이드' (Transformers: The Ride-3D)도 같은 맥락의 기술이 적용되었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놀이공원에서 운행 중인 관람차와 다를 게 없지만, '트랜스포머 3D 라이드'는 <트랜스포머>의 영화적 구성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영화 체험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이렇게 자신의 형식에 스스로 얽매이지 않고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가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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