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 테크놀로지]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로 본 할리우드 포샵질의 세계
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을 살펴보고,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그 여섯 번째 이야기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 시리즈에 함께 출연하는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의 캐릭터에 비해 그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 영화의 1편에 해당하는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의 국내개봉 당시에 주인공의 이름인 ‘캡틴 아메리카’가 쏙 빠진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개봉하기도 하였다.
어벤져스 개봉 당시 처음 캡틴 아메리카를 접한 관객 중에는 이 무명의 근육남만이 지닌 능력과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 이번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회상 장면에서도 다시 등장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배경을 잠깐 살펴보자.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 빈약한 체격의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그 누구보다 입대를 간절히 원하지만 번번이 거부된다. 어느 날 포기를 모르는 그의 근성과 정의로움을 눈여겨본 에스카인 박사(스탠리 투치)가 스티브에게 입대 허가를 내주고, 결국 최고의 전사를 양성하는 '슈퍼 솔저' 프로젝트의 최초 실험자로 발탁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 중의 하나는 ‘빈약한 체격’을 가진 크리스 에반스의 등장이다. 184cm가 넘는 대표적인 몸짱 배우를 전쟁 중에 군 입대마저 거부되는 아주 왜소하고 마른 체격의 캐릭터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영화에서 극중 인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때는 대역으로 아역배우를 쓰곤 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다른 체형을 가졌을 시절의 경우에는 배우의 몸에 특수분장을 하곤 한다. 대표적인 영화로 [미녀는 괴로워], [너티 프로페서]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의 사례와 달리 실제 배우보다 오히려 더 작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특수분장이 어렵다.
결론적으로 1편인 [퍼스트 어벤져]와 2편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 등장하는 왜소하고 마른 체격을 지닌 크리스 에반스는 흔히 포샵질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는 '후보정 작업'과 '얼굴 합성'의 공동 결과물이다. 아래 두 사진은 [퍼스트 어벤져]의 촬영원본과 해당 컷의 실제 영화 속 장면이다. 두 사진을 가만히 살펴보면 촬영원본에서 보이는 옷의 주름과 머릿결이 실제 영화 속 장면에서도 정확히 일치함을 알 수 있다.
크리스 에반스가 실제로 연기를 하고, 이후에 크리스 에반스의 몸의 크기만 줄이고 좁힌 것이다. 많은 셀카 애호가들이 애용하는 ‘싸이메라’, ‘포터원더’ 등의 어플리케이션에서 이루어지는 보정 작업과 그 방식이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어플로 눈 크기 늘리기, 턱 돌려 깎기 등의 사진 보정 작업을 하는 경우에 과도한 보정에 따른 배경의 왜곡으로 사진을 망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의욕이 과한 인터넷 쇼핑몰 사진을 보며 흔히 '배경이 운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같은 조명과 카메라 워크를 세팅해 놓고 인물 없이 배경만을 따로 촬영해둔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보정에 따른 배경의 왜곡을 줄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위에서 예로 든 장면은 주인공이 의자에 앉아서 팔 등 매우 제한적인 움직임만이 있는 다소 정적인 장면이다. 이와는 다르게 걷기 혹은 뛰기 등 보다 더 동적인 장면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사진은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촬영본이고, 두 번째 사진은 체격이 왜소한 대역배우가 연기한 촬영본이다. 실제 상영본인 세 번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을 제외한 장면은 대역배우가 연기한 두 번째 사진과 거의 같음을 알 수 있다. 여배우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대역배우의 몸과 배경에 크리스 에반스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과 세번째 사진을 다시 비교해보면 극 중 인물을 더 왜소하게 보이기 위해 크리스 에반스의 얼굴과 대역배우의 몸을 모두 더 날씬하게 좁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의 어깨 바로 뒤에 위치한 책의 길이를 비교해봐도 해당 장면의 가로 폭을 줄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두 번째 장면에서 대역배우가 크리스 에반스와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영화에서 삭제될 대역배우의 얼굴인데 모자를 쓰든 가면을 쓰든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몸과 배경에 비치는 그림자의 위치와 모양이 실제 배우의 얼굴의 그림자와 유사하게 맞추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모든 장면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창조된 장면일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 할리우드 대작영화에서도 우리가 실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보정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직은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리는’ 장면보다는 실제로 촬영하고 이를 ‘보정하는’ 작업이 더 자연스럽고 수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어벤저스의 서울촬영이 끝났다. 각종 매체에서 발표한 경제효과 등을 차치하더라도 익숙한 서울의 풍경을 할리우드 영화에서 만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잘 아는 장소가 할리우드의 특수효과와 후반 작업을 만나 어떻게 재창조되는지 직접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를 더 즐겁게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글쓴이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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