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 테크놀로지] 레고는 레고다워야 레고지!! <레고 무비>
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을 살펴보고,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그 네 번째 이야기는 <레고 무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년 6월, <레고 무비>의 공식 트레일러가 발표되기까지 전까지 많은 사람이 이 영화가 과연 어떤 기법으로 제작될지 궁금해했다. 실제 레고 블록을 활용한 전통의 스톱모션 기법일지 아니면 나날이 발전하는 3D CG 기법일지 레고 팬들의 관심이 주목됐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된 지금, 그 의문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어떤 기법을 썼는지 얼른 분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 개봉한 <레고 무비>는 레고를 주인공으로 한 첫 극장용 장편영화다. 이전에도 레고를 주인공으로 한 TV와 비디오용 영화는 꾸준히 제작되었다. 그러나 주로 새로운 레고 시리즈 출시에 맞춰 이를 홍보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2010년에 발표한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과 작년에 발표한 <레고 배트맨: 더 무비>도 이에 해당한다.
스토리 또한 철저히 어린이 시청자를 겨냥하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레고 팬들이 호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레고가 아닌 레고를 닮은 3D 캐릭터들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레고 피규어들은 팔과 다리 모두 위아래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지만, 레고를 닮은 3D 캐릭터들은 무려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자연스럽게 포옹과 입맞춤을 했다. 레고는 한 번도 구부러지거나 부드러웠던 적이 없다. 골수 레고 팬들에겐 신성모독에 가까웠다.
오히려 한 레고 팬이 제작한 <다크나이트 트레일러3: 레고>가 유튜브에서만 2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 레고 블록을 가지고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한 이 영상은 가장 많은 레고 팬들을 보유한 커뮤니티 LEGO ReBrick (https://rebrick.lego.com/)에 게시되었다. 이 영상은 어린 시절 우리가 레고를 손에 들고 각자의 이야기를 지어내며 놀던 시절과 닮아있다. 바로 이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우리가 아직도 레고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다크나이트 트레일러: 레고 패러디
https://www.youtube.com/watch?v=dEwUwslyaEQ
이번 <레고 무비>는 이전의 레고 TV 영화보다 이런 식의 스톱모션 영상에 가깝다. 잘 알려진 대로 ‘스톱모션’ 기법이란 정지된 물체를 조금씩 이동하여 촬영하는 전통적인 특수기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분에 달하는 상영시간 내내 실제 레고 블록을 하나씩 움직여서 촬영한 것은 아니다.
일단 애니멀 로직 (Animal Logic)의 애니메이터들은 구상했던 장면이 실제 레고 블록으로 촬영 가능한지를 최우선으로 점검했다. 이 작업을 가능하게 한 것이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 (LEGO Digital Designer http://ldd.lego.com)’라는 가상의 레고 조립 소프트웨어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 이 소프트웨어는 레고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블록을 활용하여 컴퓨터 화면 속에서 자유자재로 조립할 수 있다. 애니메이터들은 이 소프트웨어로 장면을 기본 설계하고, 이를 다시 덴마크 본사로 보내, 레고 전문가들이 손으로 직접 조립해보게 했다.
레고 전문가들에게 검증된 모형은 다시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인 Maya와 XSI로 구현한다. 그리고 스톱모션 촬영기법을 이용하여 툭툭 끊기는 듯한 비주얼로 장면을 완성했다. 전통적인 스톱모션 기법에서 ‘실제의 물체’ 대신에 ‘CG로 제작된 가상의 물체’를 이용한 것이다. 많은 관객이 좋아하는 장면 중 (실제로 미국 피닉스의 어느 극장에서는 이 장면에서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트루비우스’가 귀신으로 환생하여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있다. 미니피규어의 몸에 실을 묶은 채, 마치 레고를 가지고 노는 누군가가 위에서 실을 잡고 흔드는 듯한 이 장면은 ‘가상의 물체’를 마치 ‘실제의 물체’로 착각하게 하기 위한 가장 영리한 장면 중 하나다.
게다가 영화를 꼼꼼히 본 관객들이라면 등장인물의 나이(혹은 제작연도)에 따라 흠집의 개수와 깊이 그리고 빛의 반사 정도까지 각기 다르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CG 슈퍼바이저인 애이든 새스필드에 따르면 캐릭터의 얼굴에 위치한 각각의 작은 흠집에 따로 일련번호를 설정하자는 계획도 거론되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레고 무비>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디지털로 구현한 가장 좋은 예가 되었다.
하나 더, 제작진은 이 영화가 레고를 판매하기 위한 홍보영화처럼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그래서 상품 제작을 염두에 둔 상품을 소개하기보다, 가급적 이미 출시된 레고 블록의 조합으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레고 팬들의 구매욕은 한층 더 해졌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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