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비 & 테크놀로지

아카데미 특수효과 부문의 특수한 선정방법이란?

by 꿀마요 2021. 11. 25.

[무비 & 테크놀로지] 아카데미 특수효과 부문의 특수한 선정방법이란?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야기, 그 두 번째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달라진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효과부문의 선정 방식에 대해서다. 

지난주, 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위원회는 내년 1월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효과 부문 후보작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할 10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예비후보로 선정된 10편의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그래비티>, <아이언맨 3>,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퍼시픽 림>, <엘리시움>, <론 레이저>, <스타트랙 다크니스>, <오블리비언>, <토르: 다크월드>, <월드워 Z>


 

여느 시상식의 후보작 선정 발표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그 선정 기준의 공정성 여부와 더불어 안타깝게 예비후보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에 관한 크고 작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안타깝게 선정되지 못한 대표작들인 <맨 오브 스틸>, <앤더스 게임>, <러쉬>, <울버린> 등의 면면만 봐도 올 한해 특수효과 부문에 특히 좋은 작품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현지에 특히나 골수팬이 많은 <맨 오브 스틸>의 경우에는 벌써 예비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이변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작에 선정된 디즈니 사의 <론 레인저> 와 더불어 많은 음모론에 시달리고 있다.

미리 10여 편의 예비후보를 선정하는 특수효과 부문만의 특별한 방식은 사실 ‘Oscar Bake-Off’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Bake-off’를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빵·파이·케이크 등의 아마추어 요리 콘테스트’ 라고 한다. 최종 후보작 선정 방식을 보면 Bake-off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영화의 특수효과팀들은 각각 10여 분의 트레일러를 새로 제작한다. 그리고 이를 내년 1월 9일에 열릴 특수효과 부문 후보작 선정 발표회에서 선보이게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 선정 위원들에게 영화 전체를 보여주는 다른 부문의 후보작 선정과 다르게 특수효과팀에서 별도로 제작한 영상과 이에 관한 개별 설명이 특수효과 부문 후보작 선정의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3년 아카데미 특수효과 부문 수상작인 <쥬라기 공원>의 경우에는 얼마나 사실적으로 공룡들을 표현했는지가 수상작의 가장 큰 선정 기준 중 하나였다. (실제 티라노사우르스는 우리의 굳은 믿음과 달리 온몸이 깃털로 뒤덮인 흡사 대형 닭의 형태에 가까웠을 거라는 최근의 연구결과에 관한 논란은 접어두자.) 그래서 이 시절에는 특수효과팀의 특별해설 없이도 관객 및 평단의 평가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후보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후보 선정을 위한 예비후보를 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 촬영할 수 없던 새로운 무언가의 창조뿐만 아니라 제작비 절감 혹은 촬영의 편의성 등의 이유로 '재창조하는 현실’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작년 특수효과 부문 수상작인 <라이프 오브 파이> 특수효과팀에서 발표한 내용만 봐도 이런 현상을 알 수 있다. 발표 내용 중, (1) 실제 바다에서 촬영한 컷은 한 컷도 없으며 모든 장면은 세트촬영과 특수효과로 제작되었다, (2) 170컷의 호랑이 장면 중 실제 호랑이가 포함된 장면은 단 14%뿐이다. 등의 내용은 많은 관객이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촬영한 장면들을 보며 관객들이 “이 영화 특수효과 참 괜찮다.”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오히려 그 특수효과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영화제작 기법의 발전은 이미 '꽤 사실적이다.’ 라는 평가를 넘어서 관객이 미처 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예비후보를 미리 선정하고 이들의 특수효과팀이 직접 추가 설명을 하는 발표회를 따로 마련하는 이들만의 독특한 방식이 조금은 수긍이 가는 이유다. 

예비후보 10편 중 경선을 거쳐 선정될 최종후보작 5편은 다른 부문의 후보작들과 더불어 내년 1월 16일 아카데미 사무엘 골드윈 극장에서 발표된다. 그리고 이들 중 최종 수상작은 같은 해 3월 2일에 발표된다. 어느 영화가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될지 여부뿐만 아니라 각 예비후보작의 특수효과팀들이 어떤 발표내용으로 그들만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줄지도 많은 기대가 된다. 



글쓴이 유상현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