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 테크놀로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상상은 현실같이, 현실은 상상같이.
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을 살펴보고,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그 세 번째 이야기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관한 이야기다.
할리우드의 흥행배우 벤 스틸러의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1939년 [더 뉴요커]를 통해 발표된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제(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를 직역하면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에 더 가깝지만 국내에서 개봉하며 영화의 내용을 직접 설명하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일상을 상상으로 멋지게 바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홍보 카피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다양한 상상 속 장면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형적인 판타지액션물이 아님에도 <라이프 오브 파이>의 시각 효과 슈퍼바이저 기욤 로셰론을 중심으로 한 시각 디자인 팀을 구성할 정도로 특수 효과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기욤 로세론이 참여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페러디해 벤 스틸러가 상상 속에서 브레드 피트처럼 좋아하는 여자 품에 안겨 있는 장면은 시각 효과에 관심이 많은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줬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브래드피트의 얼굴을 디지털로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던 반면에 월터의 벤자민 판타지 장면에서는 벤 스틸러의 얼굴에 직접 특수메이크업을 하여 촬영했다고 한다.
상상 속 장면에서만 영웅이던 월터는 영화의 중반 이후 실제로 히말라야, 아프가니스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으로 탐험을 떠나게 된다. 영화의 제목처럼 그의 상상은 말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현실’ 속 장면들 전설의 사진작가를 찾아 떠났던 히말라야 씬들은 실제로 히말라야에서 촬영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후에 히말라야의 산들을 전부 디지털로 합성한 장면이다.
재밌는 사실은 월터가 자신을 못살게 구는 상사와 도심에서 대결을 펼치는 ‘상상’ 속 장면은 오히려 맨하탄에서 실제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스팔트를 스키장 눈처럼 갈아엎는 장면들은 후반 작업으로 완성하였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대부분 장면은 대역 없이 벤 스틸러가 직접 연기했다. 시각 효과 슈퍼바이저인 기욤 로셰론은 이 장면이 이번 영화에서 리얼함을 포기하고 만화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낸 몇 안 되는 장면이라고 밝히기도 했으니 더욱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FMy_G5QI88
이렇듯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이 영화에 사용된 각종 특수 효과 기법들은 상상과 현실, 실사 촬영과 특수 효과를 넘나든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장면을 위해 특수 효과를 사용하고, 상상 속 장면들은 오히려 실사로 촬영했다. 이는 월터가 일하는 LIFE 매거진의 표지 사진들과도 많이 닮아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들은 오히려 판타지나 공상과학 장면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잡지의 사진들은 언제나 미화한 실체(beautified reality)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영화의 도입부 중 월터의 첫 상상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퀸’의 ‘보헤미안랩소디’가 보다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Is this real life or is this just fantasy?”
글쓴이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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