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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 또 보기

양자역학 모르면 못 보나요? '인터스텔라' TMI

by 꿀마요 2021. 11. 29.


알고 보면 더 재미있고, 몰라도 상관없는 블록버스터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들. 이번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기대작 <인터스텔라>다.

1. 크리스토퍼 놀란


10억 달러(1조원) 이상의 극장 수입을 기록한 영화를 두 편이나 연출한 감독은 지구 상에 제임스 카메론과 크리스토퍼 놀란 뿐이다.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하기 전부터 팬들은 놀란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아니, <다크 나이트> 3부작 이후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인셉션>이 나왔을 때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놀란 감독의 영화들은 강렬하고, 심오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인터스텔라>는 개봉이 2주나 남았지만 상영 중인 영화들보다도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만드는 영화마다 센세이션과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놀란 감독은, 믿기지 않겠지만 아직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인터스텔라>가 드디어 그에게 아카데미를 안겨줄 거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2. 필름 성애자?


놀란 감독 본인은 이런 표현을 싫어하겠지만, 그의 고집 때문에 골치 아픈 배급 관계자들은 통감할 것이다. 디지털이 영화 제작과 상영 환경 전반을 지배한 지 오래됐지만 놀란 감독은 여전히 필름으로만 작업한다. 필름의 대명사나 다름없던 코닥마저 2012년 파산 신청을 한 마당에 그는 <인터스텔라>까지 자신의 모든 영화를 필름으로 촬영했다. 촬영뿐 아니라 상영도 필름 영사기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많은 극장들로 하여금 먼지 쌓인 필름 영사기를 다시 꺼내게 만들었다. 그는 디지털로 어떤 장면을 담는다는 것이 ‘사실적이지 않다(unreal)’고 생각한다. 영화를 ‘필름’이라 부르는 이상 필름으로 찍어야 영화답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3. 아이맥스(IMAX) 매니아?


놀란 감독은 영화에 주로 사용되는 35mm 필름 포맷 외에도 IMAX 포맷의 압도적인 화면을 선호한다. IMAX 촬영과 영사에 사용되는 15/70mm 필름은 일반 35mm 필름보다 9배 넓은 필름으로, IMAX 상영을 하는 대부분 상업영화는 35mm 나 일반 70mm 필름을 사용해서 찍은 뒤 IMAX 버전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후 IMAX 상영용 프린트로 변환하는 방식을 쓴다.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에서 상업영화 최초로 촬영부터 15/70 IMAX 전용 카메라를 사용하는 시도를 했고, 이후 모든 영화에 IMAX 촬영 분량을 포함시켰다. 169분이나 되는 <인터스텔라>의 러닝타임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15/70 IMAX 촬영분이다. 상업영화 사상 최다 분량이다. 그저 고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제트기 앞에 카메라를 단다거나, 핸드헬드 촬영용 장비를 고안하는 등 IMAX의 스펙타클을 극대화했다. <인터스텔라>는 우여곡절 끝에 제법 많은 극장에서 15/70mm IMAX 필름 포맷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필름 상영 시설이 사라지는 속도로 보아, 놀란 감독이 당장 몇 개월 안에 차기작을 완성하지 않는 한 <인터스텔라>는 그 포맷으로 상영되는 마지막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디지털 혐오자?


그는 디지털 카메라만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CGI)도 싫어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나 <인셉션>의 메이킹필름을 보면 거대한 트럭이 공중으로 솟구치며 뒤집히는 장면에서 진짜 도로에서 트럭을 날려버리거나, 호텔 복도가 뒤집히는 장면 등을 거대 세트에서 실제로 구현해서 찍어내는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이러한 사실적인 촬영은 계속되었는데, 영화에서 나온 광활한 옥수수밭 풍경을 위해 제작진은 30만 평이나 되는 땅을 6개월에 걸쳐 직접 경작했다. 황폐해진 근미래 지구에 시도때도없이 불어닥치는 모래 폭풍도 대부분 CGI가 아니라 골판지를 갈아 만든 특수 먼지를 대형 선풍기로 사정없이 날리는 방식으로 찍었다. 우주선 인듀어런스호도 실제 크기의 세트를 만들었는데, 심지어 우주선 창밖으로 보이는 우주 배경들도 초록색 벽 앞에서 찍은 뒤 CGI를 입힌 게 아니라, 미리 먼저 만들어 둔 우주 장면 영상을 세트 벽면 전체에 영사한 채찍은 장면이라고 한다.

5. 가장 사실적인 블랙홀


많은 SF 영화에 웜홀이나 블랙홀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지만, 그것이 사실적인 모습인 적은 없었다. 물론 찍을 수도 없고 본 적도 없으니 상상으로 그려낸 것이겠지만, 놀란은 이 점에 대해 처음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왜 실제의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는가? 왜 과학적으로 보지 않는가?” 블랙홀을 직접 찍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이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면, 가능한 실제와 다른 모습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중력 이론에 관한 최고 권위자이며 이 프로젝트의 단초가 된 이론물리학자 킵 쏜의 도움을 받는다. 킵 쏜은 중력렌즈 현상을 블랙홀에 적용하기 위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수학 공식을 계산했고, 특수효과팀은 이 공식을 그대로 입력시켜 최대한 사실적인 모습의 블랙홀을 시각화했다. 그 과정에서 킵 쏜과 특수효과팀은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블랙홀에 관한 새로운 물리학적 가능성까지 발견했고, 천체 물리학계와 컴퓨터 그래픽 산업에서 각각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한다.

6. <인터스텔라> 탄생 1 - 웜홀


세계 최고 수준의 이론 물리학자인 킵 쏜은 중력이나 블랙홀이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의 권위자이며, 우주에 있는 소규모 워프, 즉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처음 주장한 사람이다. 그는 천체 물리학자인 친구 칼 세이건이 1985년 소설 <콘택트>를 쓰면서 자문했을 때, 블랙홀이 주인공의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소설의 설정에서 블랙홀을 웜홀로 바꾸는 것이 옳다는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 1997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콘택트>가 제작될 때(이 영화에도 매튜 매커너히가 출연한다), 킵 쏜은 이 영화의 제작자 린다 옵스트를 소개받는다. 훗날 킵 쏜은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은 시놉시스를 린다 옵스트에게 보내 준다. 린다 옵스트는 이 시놉시스를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보여주고, 그가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인터스텔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7. <인터스텔라> 탄생 2 - 조너선 놀란과 킵 쏜


그들은 2006년 <메멘토>, <프리스티지>의 각본가이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인 조나단 놀란에게 시나리오를 의뢰했다. 조나단 놀란은 이 시나리오를 위해 킵 쏜이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 입학하여 4년간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흘러 스티븐 스필버그가 다른 프로젝트에 더 몰두한 사이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마친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프로젝트의 연출자가 된다. 조나단 놀란은 <다크 나이트>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시나리오도 함께 쓰며, 형의 단편영화부터 거의 모든 작업을 함께한 든든한 동료이기도 하다.

한편 킵 쏜은 시나리오를 고치는 과정에서도, 제작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과학적 자문을 도와주고, 여기에 대해 <인터스텔라와 과학>이라는 책도 집필했으며, 영화에 카메오 출연까지 한다. 킵 쏜은 이 영화의 크레딧에 원작자나 과학 자문 혹은 출연자가 아닌 총괄 제작자(Executive Producer)의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다.

8.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한번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과 다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동생 조나단 놀란 외에도 프로듀서 엠마 토마스(아내), 편집자 리 스미스, 프로덕션 디자이너 네이선 크로울리,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 등과 최소 네 작품 이상을 연속으로 함께하고 있다. 특히 그는 촬영감독 월리 피스터와 할리우드 데뷔작 <메멘토>부터 <다크나이트 라이즈>까지 전 작품을 함께 했는데, 피스터가 <트랜센던스>로 감독 데뷔를 해서 <인터스텔라>를 함께 작업하지 못했다. 대신 카메라를 잡은 호이트 반 호이테마는 스웨덴 영화 <렛미인>의 촬영으로 주목받은 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허> 등을 (필름으로) 촬영했으며, 007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의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9. 매튜 매커너히


주인공 쿠퍼 역의 매튜 매커너히는 이 영화가 놀란 감독과의 첫 작업이다. 놀란 감독과 이 영화를 위해 미팅을 한 것은 그가 아직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촬영하기 전이었다. 두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눈 뒤 놀란 감독이 그를 주인공으로 낙점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 우려했었다. 하지만 맥커너히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놀란의 대단한 캐스팅 안목이 증명된 셈이다.

10. 그 밖의 캐스팅


이제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들에서 배우에게 아카데미 상이 돌아간 것은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유일한데, <인터스텔라> 출연 배우들이 가진 오스카 트로피는 다섯 개나 된다. 알프레도로 익숙한 마이클 케인은 <프레스티지>부터 <인터스텔라>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에 여섯 편 연속으로 출연했다. 그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촬영을 마칠 때까지 놀란 감독의 영화에서 어떤 연기건 두 번째 테이크를 찍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카데미 후보에 5회 올라 조연상을 2회나 수상한 명배우인 만큼 언제나 놀란 감독이 원하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얘기다. 앤 해더웨이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이며, 여우주연상 후보이기도 했다. 쿠퍼의 딸 머피를 연기한 제시카 채스테인은 두 번 아카데미 후보였고, 나이 든 머피 역의 엘렌 버스틴은 1974년 여우주연상 수상자이며 5회나 후보에 올랐었다. 쿠퍼의 장인 역 존 리스고우도 두 번, 아들 역 케이시 애플렉 또한 한 번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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