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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의 시작과 끝 '존윅'

by 꿀마요 2021. 11. 29.

 


알고 보면 더 재미있고 몰라도 상관없는 시시콜콜한 정보들. 이번 영화는 액션 히어로 키아누 리브스의 화려한 재기작 <존 윅>이다.

1. 존 윅과 키아누 리브스


은퇴한 암살전문가 존 윅은 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잃었다. 상실감이 컸지만 그녀가 남긴 애완견 데이지가 있어 마음을 안정하고 그럭저럭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가족을 넘어 존 윅의 전부나 다름없던 데이지가 철없는 러시아 마피아에 의해 죽게 되었을 때, 그에게 복수 이외의 삶은 의미가 없어졌다.

키아누 리브스는 1999년, 연인이던 제니퍼 사임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키아누 리브스는 세 식구가 함께 살 집도 장만하고, 뱃속의 딸에게 에바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그러나 에바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산되고 만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두 사람은 갈등하다가 결국 결별한다. 제니퍼 사임은 이후 심한 우울증으로 약물에 의존하다가 차 사고로 죽는다. 강한 항우울제와 코카인에 취한 채 자살한 것이다. 키아누 리브스는 그전에도 여동생을 암으로 잃었던 경험이 있으니, 사랑했던 여인을 셋이나 잃은 셈이다. 그때부터 그는 영화 촬영이 없을 때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노숙자처럼 거리를 떠돌곤 했다고 한다.

<존 윅>의 줄거리는 뻔하며 단순하다. 존 윅은 맞수가 없는 최강 전사다. 자칫하면 단순한 살인 기계 캐릭터에 그칠 수도 있었던 존 윅은 키아누 리브스 특유의 우수 어린 표정과 그의 안타까운 개인사가 겹쳐지면서 훨씬 다층적인 인간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

2. 존 윅과 네오


존 윅은 러시아 마피아 조직에서 최고의 킬러로 대우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수년간 폭력과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복수의 칼을 갈고 돌아온 그는 예전 못지 않은 실력으로 모두를 압도한다. 키아누 리브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네오 역할로 인류 최강의 액션 히어로로 전성기를 누렸다. 수년간 흥행과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다시 존 윅이라는 최강의 캐릭터 역할을 전성기 못지 않게 소화해 내며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이끌어냈고, 영화도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작년 10월 24일 미국에서 개봉했는데, 할로윈 특수를 노린 공포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도 14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으로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다. 2015년 1월 6일 기준으로 전 세계 7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 순항 중이다.



3. 액션 장인들의 액션영화


<존 윅>의 공동 프로듀서, 공동 감독을 맡은 데이빗 레이치와 채드 스타헬스키는 이 영화가 감독 데뷔작이다.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액션 배우, 스턴트맨, 무술 감독으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 왔는데, 두 사람이 스턴트로 참여한 작품 수를 합하면 150편이 넘는다. 둘은 프로듀서 역할과 연출에서 거의 공동으로 작업했지만, 전미 감독조합(DGA)과 프로듀서조합(PGA)의 규정에 따라 채드 스타헬스키는 감독으로, 데이빗 레이치는 프로듀서로만 크레딧에 올랐다.

4. <매트릭스> 자매품


<존 윅>은 <매트릭스>와의 인연이 깊다. 키아누 리브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주인공이었고, 두 감독 모두 <매트릭스> 시리즈에 스턴트맨 및 무술 지도로 참여했었다. 특히 킥복싱과 절권도에 조예가 깊은 채드 스타헬스키는 키아누 리브스의 대역이었다. 덕분에 이들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고, 키아누 리브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액션을 설계해낼 수 있었다. <존 윅>에는 한국인이 특히 반가워할 배우가 나오는데, 바로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키메이커로 출연했던 랜덜 덕 김(한국명 김덕문) 아저씨다.


5. 생생한 아날로그 스타일 액션


영화에서 존 윅이 구사하는 무술은 유도이고, 주로 던지기 기술을 많이 쓴다. 숙적 킬러인 미스 퍼킨스(애드리앤 팰리키)가 구사하는 무술은 주짓수이고, 기무라와 윙초크를 시전한다. 무도인 출신에 스턴트맨 경험이 풍부한 두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보다 사람이 직접 몸으로 만들어내는 액션을 선호했고, 또한 가장 자신 있어 했다. 이들은 배우가 어떤 액션을 할 수 있고, 어떤 액션이 무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을 효율적이면서도 생생하게 화면에 담아내는 노하우가 있었다. 키아누 리브스는 벌써 50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강도 높은 액션 장면 대부분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90% 정도를 직접 연기한 것 같다고 한다. 총격전도 화력대결보다 정교하고 빠른 몸동작에 더 포커스를 맞춰 스타일리쉬하게 만들었고, 격투 장면도 많다.

6. 폭력성


<존 윅>은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루는 영화이며, 액션 대부분은 살인 청부업자가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하는 싸움이다. 신체 훼손 묘사가 생생한 편은 아니라 해도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폭력이 대부분이다.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 안에서 존 윅은 모두 78명(셈법에 따라 84명일 수도 있다)을 죽이며, 119구의 시체가 발생한다. <다이하드> 시리즈 다섯 편을 통틀어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 73명을 죽였다. <테이큰> 1, 2편에서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는 51명까지 죽였다. 레옹은 <레옹>에서 30명을,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은 본 3부작 전체에서 22명을 죽였다. 

7. 시부미


영화에는 한 경비원이 소설책을 읽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시부미’라는 제목의 70년대 스파이 소설이다. ‘시부미’는 1979년에 출간된 미국 소설로, 작가는 ‘아이거 빙벽’, ‘카티야의 여름’ 등으로 유명한 트레바니언이다. 트레바니언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밝힌 적이 없는 미스터리 작가로, 실제 작가는 로드니 휘태커(1931~2005)라는 영화학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부미’는 러시아인 어머니와 일본인 장교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라스 헬이라는 암살자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암살자였던 그가 은퇴 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거대 에너지 재벌들과 대립하며 다시 활약하는 이야기로, <존 윅>의 이야기와 닮았다. <존 윅>에서 러시아 마피아 보스인 비고가 존 윅의 실력에 대해 묘사하는 내용이 있다. “그가 혼자 남자 셋을 죽이는 것을 봤어. 펜 하나로 말이야.” 이것은 본래 ‘시부미’에서 니콜라스 헬의 무용담이다.


8. 미 해병과 하와이


존 윅은 등에 ‘Fortis Fortuna Adiuvat’이라는 문신을 가지고 있다. 이 문구는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를 좋아한다.” 라는 뜻으로, 미국 제3 해병대 3연대의 구호이다. 즉, 존 윅은 미 해병 출신이라는 과거를 가졌다는 얘기다. 또 이 부대가 주둔한 곳은 하와이의 카네오헤 만이다. 키아누 리브스의 본명은 키아누 찰스 리브스로, ‘키아누’는 하와이 어로, ‘산 위에 부는 산들바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증조부 대에 하와이 원주민이 있는 1/8 하와이 원주민이고, 그의 아버지는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존 윅의 과거와 문신은 이런 키아누 리브스의 혈통을 반영한 것이다.

9. 러시아 마피아


존 윅이 상대하는 조직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마피아(레드 마피아)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골칫거리였던 러시아 마피아는 푸틴 정권의 대대적인 소탕으로 러시아 내에서는 세력이 약해졌지만 대신 해외로 진출했는데, 현재 국제적인 폭력 조직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크다. 러시아 마피아는 유럽에서 시칠리아 마피아의 사업을 상당수 빼앗았으며, 남미 마약 카르텔과 미국 본토를 잇는 역할도 하고 있다. 체첸 마피아나 아르메니안 마피아 등 주로 구소련에 속했던 소수 민족이 주도하면서 서열, 관료체계보다는 민족, 혈연관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성격이 짙다. <존 윅>에서 러시아 마피아는 현실보다 드라마틱하게 꾸며져 있긴 하지만 주요 배역을 연기한 윌렘 대포(‘마커스’ 역)나, 미카엘 니크비스트(보스 ‘비고’ 역), 이언 맥쉐인(‘윈스턴’ 역) 등의 연기는 훌륭하다.



10. 머스탱 코브라


존 윅이 다시 총을 손에 쥐고 러시아 마피아들과 대립하는 동기는 보복이다. 보스의 철없는 아들 요세프(알피 앨런)가 존 윅을 몰라보고, 존의 죽은 아내가 준 애견 ‘데이지’를 죽였기 때문이다. 요세프가 존 윅을 습격하고 개를 죽인 것은 존 윅의 차를 훔치기 위해서였는데, 이 차는 1969년식 포드 머스탱으로, 일명 ‘코브라’라고 불리는 빈티지 차다. BOSS 429엔진을 장착, 최고 500마력에 시속 320Km까지 낼 수 있는 포니카(혹은 머슬카)다. 전 세계에 남아있는 69년식 머스탱은 200~300대 정도로 추정되며, 차량 상태에 따라 대략 6만 달러에서 14만 달러 정도로 거래된다. 머스탱은 1964년 후반에 처음 생산되기 시작해 작년에 연속 생산 50주년을 맞이한, 미국을 상징하는 자동차다. 50년이나 생산했지만 현재 나오는 머스탱은 겨우 6세대로, 사양을 크게 바꾸지 않고 페이스업만 가미하며 디자인을 달리 해왔다. 코브라는 1세대의 두 번째 페이스업 모델이다.


이미지=영화 ‘존 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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