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잡지에서 저더러 이렇게 얘기했어요. 영화 속 제 존재는, 이메일로 치면 스팸메일과도 같다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멋진 말인 것 같아요.” 스티브 부세미 인터뷰 중
곧 9월 11일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의 9월 11일. 알 카에다의 동시 다발 자살 테러로 미국 워싱턴 D.C.의 국방부 펜타곤이 공격을 받고, 뉴욕의 110층 짜리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1980년부터 1984년까지 소방대원으로 일했던 스티브 부세미는 자신이 과거에 몸담았던 뉴욕 리틀 이태리 지역의 소방서에 모습을 드러낸다. 인디 영화에서 시작 해 이미 빅 스타가 되버린 그가 단순히 격려차원에서 현장을 방문한게 아니였다. 그는 이후 5일간, 아비규환과도 같은 현장 속에서 하루 12시간씩 동료 소방대원들과 함께 생존자 구조작업을 같이 했다. 언론을 타려고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그는 현장에서 사진이 찍히는 것이나 인터뷰는 일절 거절했다고 한다. 같이 구조에 참여한 옛 동료는 이렇게 전한다. “스티브는 우리에게 커피나 사주러 온게 절대 아니었다.”
사실 우리가 쉽게 떠 올리는 스티브 부세미는 불구덩이에서 사람을 들쳐업고 나오는 영웅과 거리가 멀다. 미쳤느냐, 아니면 그나마 좀 덜 미쳤느냐의 차이일 뿐, 스티브 부세미는 주로 병든 닭같은 표정으로 자신의 우주를 자신의 질서대로 살아가는 기인에 가깝다.
출연한 영화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콘 에어>와 <아마겟돈>에서 그는 특별감옥에서도 특별취급 받는 연쇄살인마이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천재 공학박사였다.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 <위대한 레보스키 (The Big Lebowski, 1998)>등의 대표작에서 스티브 부세미는 주연보다는 조연일 때 더욱 더 빛을 발하는 배우이지만, 현재 금주령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드 <보드워크 엠파이어>에서 주인공 너키 톰슨으로 정말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기활동 이외에도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해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2003년엔 옛 동료 소방대원들과 함께, 예산 때문에 소방서 숫자를 줄이려는 정부에 맞서 시위를 벌이다가 구속 되기도 했다.
구조작업을 시작 한지 닷새 후, 몰려드는 취재진 때문에 자신이 오히려 구조작업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 그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훗날 그는 이 경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전에 일하던 소방서에 돌아가 예전의 동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였습니다. 제가 동료들을 돕겠다고 간 것이였는데, 오히려 제가 그들의 도움을 더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옛 동료들과의 유대의식 덕분에, 9/11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감내할 수 있었으니까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글쓴이 와니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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