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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긴 얼굴들의 비밀결사 ‘리 마빈의 아들들’

by 꿀마요 2021. 11. 24.


어딜 가든 성격 따라, 취미 따라, 외모 따라 유유상종, 끼리끼리 놀게 마련이다. 연예계에도 왕왕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나이가 같은 친구들인 차태현, 김종국, 홍경민, 유승준등의 용띠클럽이 있었고, 김용만,김국진,박수홍,김수용이 모인 감자골 4인방이 있었다. (왠일인지 모두 단체명이 촌스럽다는 특징이 있다.)

 

헐리웃도 마찬가지다. 5-60년대에는 그 유명한 ‘The Rat Pack’이 있었다. ‘Rat Pack’은 당시 무리지여 다니던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같은 만능 엔터테이너들을 일컫는다. 이 ‘Rat Pack’이라는 이름은 험프리 보가트 (<카사블랑카(1942)>, <말타의 매 (The Maltese Falcon, 1941)>) 가 이들의 맏형 노릇을 하던 시절, 당시 험프리 보가트의 아내이기도 했던 로렌 바콜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 (How to Marry a Millionaire, 1953)>) 이 이들에 대해 “꼭 쥐떼처럼 몰려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들은 늘 같이 다니며 서로의 공연에 찬조출연을 해주기도 하고, 영화도 여러 편을 같이 찍었다. 물론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오리지날 <오션스 일레븐 (1960)>이 아닐까 싶다. 


한편, 80년대 초반 다양한 하이틴물에 함께 출연하던 일련의 젊은 배우들을 당시 언론은 ‘The Brat Pack(악동집단)’이라 불렀었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데미 무어, 롭 로우, 몰리 링월드 등 소위 ‘Brat Pack’ 배우들의 풋풋했던 모습은 <조찬클럽 (The Breakfast Club, 1985)>, <열정 (St. Elmo’s Fire, 1985)>과 같은 영화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이어서 소개할 집단은 “Rat Pack”이나 “Brat Pack”과 달리 조금은 비밀스러운 집단이다. “The Sons of Lee Marvin”이라 불리는 이 집단은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 1984)>으로 유명한 짐 자무시 감독을 주축으로, 가수 톰 웨이츠, 닉 케이브, 그리고 조쉬 브롤린 (<맨 인 블랙 3 (2012)>, <올드보이 (2013)>) 등의 멤버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얼굴이 ‘말상’이라는 점이다. 마치 배우 리 마빈처럼 말이다. 리 마빈에 대해서 생소한 분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여 본다. <특공대 작전 (The Dirty Dozen, 1967)>, <포인트 블랭크 (1967)>, <델타포스 (1986)> 등의 영화에서 시종일관 무표정의 터프가이 연기(?)를 선보인 리 마빈. 긴 얼굴, 넓은 이마, 긴 팔, 그리고 긴 다리를 가진 그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그런 마스크를 가진 배우였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 중에는 스티븐 시걸이 리 마빈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물론 스티븐 시걸이 리 마빈만큼 좋은 영화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The Sons of Lee Marvin”은 앞서 언급한 집단들과 달리 함께 영화에 출연한 적도 없고, 실제로 어울리는지도 알 수 없다. 서로 모이면 리 마빈의 영화를 같이 본다고는 한다는데, 이 역시 확인할 바는 없다. 이 비밀스런 집단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짐 자무시가 아버지와 세 아들간의 관계를 다룬 영화를 구상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그는 아버지 역에 리 마빈, 그리고 세 아들역으로는 톰 웨이츠, 닉 케이브, 그리고 존 루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천국 보다 낯선>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존 루리 역시 ‘말상’이다.) 하지만 영화를 구상하던 중 리 마빈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뜨고 만다. 이때 탄생한 “The Sons of Lee Marvin”에 대해 짐 자무시는 이렇게 말한다. 


 “The Sons of Lee Marvin은 비밀조직이다. 멤버용 카드도 따로 있다.  만일 당신이 창립멤버들 중 한 사람에게 카드를 받는다면 명예회원이 될 수 있다. 창립멤버는 나와 톰웨이츠, 그리고 존 루리다. 후에 닉 케이브를 멤버로 끌어들였다. 내가 80년대 후반에 베를린에 살 당시 닉 케이브랑 자주 어울렸는데, 사람들이 늘 우리를 형제로 착각했었다. 그외에는 더 말해 줄 수 없다. 비밀 결사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리 마빈, 짐 자무쉬, 톰 웨이츠

짐 자무시나 톰 웨이츠는 아직도 인터뷰에서 이 비밀결사에 대해 반 농담으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누군가의 캐스팅에 압력을 넣었다는 둥, 톰 웨이츠가 리 마빈의 진짜 아들에게 린치를 당했다는 둥의 에피소드가 아직도 오가고 있다. 국내배우들 중에 “The Sons of Lee Marvin”에게서 회원 카드를 받을 수 있는 연예인은 김진표 정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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