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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더 스크린

존 레논이 골룸이라고? 비틀즈와 스탠리 큐브릭의 <반지의제왕>

by 꿀마요 2021. 11. 24.

모든 역사는 정사와 야사가 있다. 물론, 영화계에도 야사가 있다. 대체 그동안 스크린 뒤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을까. 이런 영화계의 야사들을 짚어가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들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이야기는 스탠리 큐브릭과 비틀즈의 <반지의 제왕>에 대한 이야기다.

응? 비틀즈가 출연하고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반지의 제왕>이라고? 그렇다. 2002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피터 잭슨 감독과 마주친 폴 매카트니가 당시 밝힌 바에 의하면,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하는 것은 존 레논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비틀즈는 잘 알려졌다시피 여러 영화에 출연했었다. 비틀즈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 했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쨋거나 그들은 <하드 데이즈 나잇 (A Hard Day’s Night, 1964)>, <헬프! (Help!, 1965)>, <노란 잠수함 (Yellow Submarine, 1968)>등에 이미 출연했었다.

 

 

비틀즈가 출연한 영화들

자기들끼리 캐스팅도 정한 상태였다. 밴드의 프론트맨 격인 폴 메카트니가 프로도였다. 밴드음악의 기 본을 충실히 받쳐 주는 드러머 링고스타는 프로도를 따르는 쌤 역할. 신비주의와 동양사상에 심취해 비틀즈의 인도여행을 추진했던 조지 해리슨이 간달프. 그리고 고뇌하는 지식인 이미지인 존 레논은 말할 것도 없이 골룸을 하고 싶어했다. 폴 메카트니와 존 레논은 음악적으로도 애증의 관계였으니, 만약 둘이 프로도와 골룸을 연기했다면, 연기중에 진심어린 멱살잡이가 나왔을 것이고, 이것은 세기의 격투씬이 되지 않았을까?

 

그들은 이 계획을 스탠리 큐브릭에게 들고갔다. 그는 <영광의 길 (Paths of Glory, 1957)>,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 <샤이닝 (The Shining, 1980)>등을 연출한 거장 중에 거장이다. 거의 모든 장르에서 걸작을 쏟아낸스탠리 큐브릭도 비틀즈의 계획에 아주 진지하게 검토했다. 세기의 영화가 착착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들

 

그러나 원작자인 J.R.R. 톨킨이 이 계획을 무산시켰다. 자신이 만든 엄청난 세계를 당시의 기술로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작품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을까. 여러가지 설이 있는 가운데 가장 논리적인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그냥 ‘비틀즈가 싫어서’다. 아니, 비틀즈를 모를 수는 있어도 싫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도 그럴것이 돌킨의 부인이 몸이 좋지 않아 시골에 별장을 얻어 요양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돌킨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옆집의 돼 먹지 못 한 놈들이 비틀즈 같은게 되려고 하루종일 시끄럽게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아마도 비틀즈 효과가 시골까지 번져서 열심히 연습하는 개러지 밴드가 별장 옆에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도 팬들은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 한것을 아쉬워하며 수많은 페러디물들을 만들고 있다. 아래는 팬들이 만든 비틀즈의 <반지의 제왕> 포스터들이다

이미지 출처 - David Hughes, Shane Parker, Helder Silva, Dean Reeves, Mike Groves, Pauline Acalin.

 

글쓴이 와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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