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사는 정사와 야사가 있다. 물론, 영화계에도 야사가 있다. 대체 그동안 스크린 뒤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을까. 이런 영화계의 야사들을 짚어가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들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이야기는 스탠리 큐브릭과 비틀즈의 <반지의 제왕>에 대한 이야기다.
응? 비틀즈가 출연하고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반지의 제왕>이라고? 그렇다. 2002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피터 잭슨 감독과 마주친 폴 매카트니가 당시 밝힌 바에 의하면,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하는 것은 존 레논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비틀즈는 잘 알려졌다시피 여러 영화에 출연했었다. 비틀즈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 했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쨋거나 그들은 <하드 데이즈 나잇 (A Hard Day’s Night, 1964)>, <헬프! (Help!, 1965)>, <노란 잠수함 (Yellow Submarine, 1968)>등에 이미 출연했었다.
비틀즈가 출연한 영화들
자기들끼리 캐스팅도 정한 상태였다. 밴드의 프론트맨 격인 폴 메카트니가 프로도였다. 밴드음악의 기 본을 충실히 받쳐 주는 드러머 링고스타는 프로도를 따르는 쌤 역할. 신비주의와 동양사상에 심취해 비틀즈의 인도여행을 추진했던 조지 해리슨이 간달프. 그리고 고뇌하는 지식인 이미지인 존 레논은 말할 것도 없이 골룸을 하고 싶어했다. 폴 메카트니와 존 레논은 음악적으로도 애증의 관계였으니, 만약 둘이 프로도와 골룸을 연기했다면, 연기중에 진심어린 멱살잡이가 나왔을 것이고, 이것은 세기의 격투씬이 되지 않았을까?
그들은 이 계획을 스탠리 큐브릭에게 들고갔다. 그는 <영광의 길 (Paths of Glory, 1957)>,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 <샤이닝 (The Shining, 1980)>등을 연출한 거장 중에 거장이다. 거의 모든 장르에서 걸작을 쏟아낸스탠리 큐브릭도 비틀즈의 계획에 아주 진지하게 검토했다. 세기의 영화가 착착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들
그러나 원작자인 J.R.R. 톨킨이 이 계획을 무산시켰다. 자신이 만든 엄청난 세계를 당시의 기술로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작품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을까. 여러가지 설이 있는 가운데 가장 논리적인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은 그냥 ‘비틀즈가 싫어서’다. 아니, 비틀즈를 모를 수는 있어도 싫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도 그럴것이 돌킨의 부인이 몸이 좋지 않아 시골에 별장을 얻어 요양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돌킨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옆집의 돼 먹지 못 한 놈들이 비틀즈 같은게 되려고 하루종일 시끄럽게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아마도 비틀즈 효과가 시골까지 번져서 열심히 연습하는 개러지 밴드가 별장 옆에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도 팬들은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 한것을 아쉬워하며 수많은 페러디물들을 만들고 있다. 아래는 팬들이 만든 비틀즈의 <반지의 제왕> 포스터들이다
이미지 출처 - David Hughes, Shane Parker, Helder Silva, Dean Reeves, Mike Groves, Pauline Acalin.
글쓴이 와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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