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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더 스크린

12살 소년들이 7년동안 만든 인디애나 존스 이야기

by 꿀마요 2021. 11. 25.


조지 루카스가 제작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는 어드벤쳐 물의 고전 같은 작품이다. 나치들을 피해 고대문명의 보물들을 찾아 나서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의 활약상을 그린 이 영화는 이후 <인디아나 존스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8)> 총 세편의 속편을 양산한다. 뿐만 아니라 <영 인디아나 존스 (The Young Indiana Jones Chronicles>라는 TV시리즈가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여전히 열혈팬들이 많다. 하지만 제 아무리 열혈팬이더라도 지금 소개할 세 인물에 비할 바는 못될 것이다.   


때는 1982년. 크리스 스트롬폴로스, 에릭 제일라, 그리고 제이슨 램은 미국 미시시피주의 같은 학교에 다니는 12살짜리 사내아이들이였다. 교내의 소문난 <레이더스>팬들이였던 이들은 <레이더스> 리메이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저 어린 아이들의 장난이 아니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영화 준비를 위해 그들은 어렵게 대본을 구하고, <레이더스> 관련 잡지 기사, 사진 등을 보이는 대로 수집한다. 그리고는 모든 장면을 스토리보드로 옮긴다. 거기다가 극장에서 몰래 카세트로 녹음한 사운드트랙까지 활용하는 치밀함 (?)까지 보인다. 소품은 최대한 집에 굴러다니는 것들을 활용했다. 없는 것은 그때그때 용돈이 생기는 대로 구하거나, 크리스마스나 생일에 필요한 아이템을 선물 받는 것으로 해결. 촬영은 서로의 집 혹은 야외에서 자기들끼리,  혹은 동네친구들을 불러서 촬영을 했다. 여주인공의 경우, 처음 캐스팅한 여자 아이가 알라스카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교체를 해야만 했다. 

 

당시&nbsp;소년들이&nbsp;그린&nbsp;제작&nbsp;노트의&nbsp;등장인물&nbsp;의상&nbsp;스케치


하지만 가뜩이나 숫기가 없었던 우리의 주인공들은, 새로운 여자주인공을 캐스팅하는 데에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찜해둔’ 교회소녀의 캐스팅에 성공하는 데, 그녀는 직접 (어머니가 만들어준) 촬영의상을 가져오는 열의를 보인다. 

 

유명한 동굴 부비트랩 장면, 물론 왼쪽이 원작


이들이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7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편의 <인디아나 존스> 속편이 극장에 걸렸으며, 12살짜리 아이들은 19살 청년들이 되었다. 촬영초반, 이들은 듬성듬성 수염이 난 인디아나 존스의 얼굴을 재연하기 위해 바세린과 숯검댕을 필요로 했으나, 이는 점차 필요가 없어졌다. 때문에 완성된 작품을 보면, 같은 인물의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고, 목소리 또한 현저하게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나긴 제작기간 동안 몇 차례 촬영이 중단되는 고비가 있었다. 스턴트 촬영 중 팔이 부러지기도 하고, 머리에 불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와 에릭이 같은 여자를 두고 싸워서 촬영이 중단되었을 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고 한다. 7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5000불이라는 어마어마한 (?) 제작비 끝에 완성된 작품은 이들이 사는 곳 인근의 한 강당에서 지인들을 위한 시사회를 가지게 된다. 이후 크리스 스트롬폴로스, 에릭 제일라, 그리고 제이슨 램은 대학진학을 계기로 각자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02년, <호스텔 (Hostel, 2005)> 시리즈로 유명한 일라이 로스 감독이 우연히 <레이더스>의 리메이크작을 접하게 된다. 조악한 화질과 군데군데 엉성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작에 크게 감동을 받은 일라이 로스. 그는 수소문 끝에 영화를 만든 장본인들을 찾아내고, 텍사스의 한 극장에서 ‘정식 시사회’를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영화를 만든 이들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연결시켜준다. 스티븐 스필버그 또한 이들의 리메이크작에 크게 감동을 받는데, 아무래도 슈퍼 8 카메라로 홈 무비 (home movie)를 연출하던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각자 비디오게임 산업, 음반산업 등에 종사하던 크리스 스트롬폴로스와 에릭 제일라는, <레이더스> 리메이크 작 재조명을 계기로 함께 독립영화제작사를 차렸다. 그리고 사진작가로 일하는 제이슨 램의 경우, <레이더스>리메이크작의 방대한 촬영자료들을 취합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들의 이야기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Napoleon Dynamite, 2004)>의 제작자인 제레미 쿤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 <레이더스> 리메이크는 유튜브에서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레이더스 리메이크의 트레일러
http://www.youtube.com/watch?v=7pP24WIw78I

(영상없음)


이미지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와니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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