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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더 스크린

이 장면이 모두 계획에 없던 애드립이라고? 우연이 만들어낸 영화사의 명장면들.

by 꿀마요 2021. 11. 25.


영화란 보통 대본이 먼저 나오고 연출 방향, 촬영, 편집, 포스트 프로덕션 등을 꼼꼼하게 짜서 제작한다. 보통은. 근데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변수가 종종 생긴다. 우디 앨런의 <애니 홀>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카메라가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까지도 완성된 대본이 나오지 않았던 영화다.

배우들이 대사를 하다가 대본을 벗어나 애드립을 하고 즉흥 연기를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여기 그렇게 각본에 없이 우연히 찍게 된 위대한 명장면 일곱 가지를 모았다. 



 1.  대부 (The Godfather) 1972


대부 비토 콜레오네는 막강한 이탈리아 마피아의 냉혹하기만 한 우두머리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딸이 맞아서 앙갚음해달라는 청원을 받고 가해자에게 선고를 내리는 내내 고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저 유명한 장면이 그렇다.

이 고양이는 오리지널 시나리오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촬영 비화에 따르면, 말론 브랜도가 고양이 한 마리가 세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보고 데려왔고, 감독인 코폴라가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에 말론 브랜도의 무릎에 이 고양이를 그냥 앉혀놓았다고 한다. 고양이가 브란도의 기에 눌려 꼼짝없이 얌전하게 있었다는 또 다른 설도 있다.  

 


 2.  인디아나 존스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납치된 매리언 레이븐우드를 찾아다니던 중에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인 인디아나 존스는 온통 검은색 옷을 입고 커다란 검을 휘두르는 악당과 마주친다. 원래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의 채찍과 검이 맞붙어야 할 장면인데, 인디는 그저 리볼버를 꺼내 들어 단 한 방에 남자를 처치하고 갈 길을 간다.

 이 장면이 이토록 간단하게 끝난 데는 사연이 있다.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했던 해리슨 포드가 심한 식중독에 걸리는 바람에 대본대로 해당 장면을 찍을 힘이 없었다는 것.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가 논의한 끝에 즉석에서 대본을 수정했는데, 이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 전체 시리즈에서 길이길이 남는 신화적인 명장면이 되었다.


 3.  죠스 (Jaws) 1975

거대한 식인 백상어를 유인하려고 물살을 헤치고 다니던 와중에 경찰서장 브로디는 백상어를 첫 대면하고 그 거대한 식인 상어의 크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두려움과 경악으로 가득 찬 브로디가 일어서며 내뱉는 <죠스>의 저 유명한 대사 "더 큰 배가 필요할 것 같군."도 브로디 역의 로이 샤이더가 뱉은 대본에 없는 애드립이다. 어떻게 보면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었건만, <죠스>라는 절대 공포와 맞물려 브로디의 대사는 세상의 온갖 은유를 지배하는 명대사로 남게 된다! 


 4.  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2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이 일사 런드(잉그리드 버그만)를 미국행 비행기에 태우는 장면은 기념비적인 명대사로 가득 차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영화재단이 뽑은 역대 영화 속 명대사 100에서 5위를 차지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대사 역시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없었다. 험프리 보가트의 이 말은 촬영 중간중간 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포커를 가르치며 장난스럽게 즐겨 하던 말이었다고!

 



 5.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한니발 렉터 박사가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에게 사람 간을 먹는 얘기를 들려주면서 내던 저 유명한 뱀 소리, '싯싯' 하는 소리도 원래 대본에는 없었다. 안소니 홉킨스가 리허설 중에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조디 포스터를 겁주려고 냈던 소리인데, 감독인 조나단 드미가 관객을 겁주기에도 최고의 소리라고 판단해서 영화에 그대로 쓰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양들의 침묵>을 넘어 한니발 렉터의 최고 명연기 중의 한 장면이 되었다.

 6.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말콤 맥도웰이 연기한 알렉스는 그의 패거리와 함께 엄청나게 잔인한 폭력을 자행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알려진 바로는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이 장면에 대한 애착이 아주 큰 나머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카메라를 돌렸는데, 아무래도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자 하다 하다 지쳐 말콤 맥도웰에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주문했고, 말콤 맥도웰은 자신의 18번 중의 하나인 '싱잉 인 더 레인'을 목청껏 뽑아내며 연기했다. 큐브릭은 바로 이거다 싶어 바로 음악 저작권 사용료를 내러 갔다는 얘기. 
 
 7.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패러디되는 영화 대사는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이론의 여지 없이 <택시 드라이버>의 대사 "나한테 말하는 거냐? (You talking to me?)"이다. 그런데 이 대사도 애드립이었다는 사실!

시나리오를 쓴 작가 폴 슈레이더는 지문에 단순히 '트래비스가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한다.' 라고만 써놓았지, 구체적인 대사는 적어놓지 않았다. 다시 말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택시 기사 트랩스 비클이 거울을 보고 중얼거리는 대사는 로버트 드니로가 현장에서 그냥 되는 대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각지의 배우 지망생들에게 거울을 보면서 연기를 해보라고 하면 100에 100명은 전부 다 이 대사를 따라한다. 말 그대로 조건반사!


글쓴이 이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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