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관습적으로 소비됐던 여성 캐릭터의 활용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여성혐오' 문제를 제기하는 관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올가을 최대의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킹스맨: 골든서클]도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편에서부터 이미 '여성혐오'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속편에서는 한층 더 과해졌다는 지적이다. 작년과 올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영화들을 살펴보자.
[브이아이피]
감독의 전작 [신세계]를 기대하던 팬들이 많았기에 그만큼 실망도 컸다. 수지 김 간첩 조작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 [브이아이피]는 이종석의 싸이코패스 연기로 관심을 모았으나,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개봉과 거의 동시에 여성혐오적 연출이 지적된 까닭이다. 싸이코패스 캐릭터의 잔혹함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여성캐릭터의 학대 및 살해 장면을 화면에 담은 것과 출연진 리스트에 엑스트라 여성 캐릭터들을 '여자 시체'로 기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청년경찰]
의욕 넘치는 젊은 두 경찰대생이 우연히 납치 현장을 목격하게 돼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액션 코미디 [청년경찰] 역시 흥행과는 별개로 비판을 받았다. 젊은 청년들의 각성을 위해 여성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사용하고, 심각한 여성 대상 흉악범죄를 다루면서 고민 없이 코믹요소를 집어넣어 비판을 받았다.
[토일렛]
[토일렛]은 개봉 예고 포스터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하자 분노한 남성 둘이 화장실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다는 이야기였다. 16년 5월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강남역 살인 사건을 연상시키는 데다 '모든 게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라는 홍보 문구가 해당 사건을 '우발 범죄'로 축소 왜곡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너의 이름은]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배경을 그리는걸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역시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시선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여주인공의 몸을 카메라 앵글이 위아래로 훑는 방식은 일본 애니메이션 속에서 자주 반복되는 클리셰인데, 내용의 전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별다른 고민 없이 '눈요기'를 위해 사용되었다는 지적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마블 스튜디오의 인기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속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슈퍼 히어로들의 올스타팀이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와는 달리 사고뭉치 캐릭터들이 모여 코믹하게 사건을 해결한다는 게 흥행 비결이었다. 하지만 속편에서는 욘두의 첫 등장 배경인 사창가에서의 여성형 로봇의 연출 방식과 극 중에서 맨티스의 외모를 드랙스가 지적하는 부분이 비판을 받았다. 맨티스의 캐릭터가 서양 영화계에 만연해있는 동양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인 것 또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형]
불의의 사고를 당한 유도 국가대표 동생과 동생을 핑계 삼아 가석방으로 나온 사기범 형의 유쾌한 동거기를 그린 영화 [형]. 조정석과 도경수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조합 덕분에 많은 팬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동생에게 '못생긴 설정의' 여자가 접근하자, 형이 그녀를 떼어놓으며 외모를 비난하는 장면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에도 무성의했다는 지적이다.
[귀향]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자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귀향]. 제작 기간만 14년이나 걸렸고,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온라인 펀딩으로 제작비 절반 이상을 후원받아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피해자들이 당한 폭력과 고통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으로 연출한 것과 피해자들을 어리고 멋모르는 소녀로 묘사하여 피해자 순결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이런 작품들 이외에도 논란이 될 만한 작품들은 셀 수도 없다. 그래서 갑자기 유난스럽게 군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면서 관객들의 시선과 요구도 달라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논란들이 영화는 물론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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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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