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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데뷔작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감독들

by 꿀마요 2024. 11. 4.

데뷔작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감독들

 

감독이 데뷔작을 실패하고 다음 영화를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여러 이해관계와 자본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영화 프로덕션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다. 그럼에도 데뷔작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감독은 누가 있을까?  

 

 

김태균 감독

<암수살인>이 개봉 엿새만에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 중이다. 쓸데없이 자극적인 범죄 묘사 없이 우직하게 주인공을 따라가는 연출력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암수살인>은 김태균 감독의 두번째 작품인데 20124<어벤져스>가 극장가를 강타하던 시기에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 사라진 <, >이 감독의 데뷔작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가족의 드라마를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는 연극적이고 진부하다는 평을 받으며 2만여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인터뷰에 따르면 감독은 데뷔작 연출 당시 남의 말을 안 듣고 독선적인 태도로 임했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암수살인> 때는 배우와 제작자 등 주위의 의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 했다고.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포스터 & <끝까지 간다> 포스터]

김성훈 감독

오는 12월 공개를 앞둔 <킹덤>은 한국 진출을 선언한 넷플릭스가 선택한 첫번째 시리즈물이다. <싸인>, <시그널>의 스타작가 김은희와 <끝까지 간다>, <터널>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이 뭉쳤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성훈 감독은 2014년 영화 <끝까지 간다>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후 <터널(2016)>, <킹덤(2018)>까지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데뷔작 실패 후 <끝까지 간다>로 인정받기까지는 긴 공백기가 있었다. 2006년 개봉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바로 김성훈 감독의 데뷔작이었다. 봉태규, 백윤식 주연의 코미디물로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나 미흡하다는 평 속에 6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훗날 인터뷰에서 감독은 첫 작품을 두고 개봉 당시엔 재미있는데 왜 몰라줄까 생각했다가 6개월 후 다시 보고는 고개를 들 수 없이 부끄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 리틀 히어로> 포스터 & <공조> 포스터]

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과 동명이인인 또다른 김성훈 감독은 재미있게도 이름 뿐 아니라 데뷔작이 실패했다는 점, 두번째 작품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 차기작으로 조선판 좀비물을 내놓을 예정이란 점에서도 닮았다. 1025일 개봉 예정인 <창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데뷔작은 2013년작 <마이 리틀 히어로>였다. 퇴물 음악감독이 다문화 가정의 소년과 함께 뮤지컬 오디션에 나간다는 내용의 휴먼 드라마인데 사건 전개가 예측 가능하고 너무 착한 영화라는 평 속에 고작 18만 관객을 동원하고 막을 내렸다. 절치부심한 감독이 4년만에 들고 나온 영화는 바로 2017년 설 연휴 박스오피스를 정복한 영화 <공조>였다. 데뷔작 실패 후 차기작의 주제와 메시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생각을 바꿔 가볍게 접근해보려 한 것이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고. 두 김성훈 감독의 차기작인 <킹덤><창궐>이 나란히 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야수와 미녀> 포스터 & <럭키> 포스터]

이계벽 감독

최근 크랭크업 소식을 전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코미디 연기의 대가 차승원과 <럭키>700만 관객을 웃긴 이계벽 감독이 뭉쳐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이계벽 감독이 데뷔작 이후 <럭키>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십년이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야수와 미녀>가 바로 이계벽 작품의 첫 작품이었는데 156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했으나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한 아쉬운 성적이었다. 이후 작가로서 <남쪽으로 튀어>, <커플즈> 등 다른 감독의 영화를 각색하는 한편, 부지런히 차기작을 준비했으나 금융위기, 캐스팅 문제 등으로 번번이 제작 직전에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결국 <럭키>를 연출하기까지 십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 & <1987> 포스터]

장준환 감독

이 분야의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를 꼽자면 장준환 감독이 아닐까. 저주받은 걸작 <지구를 지켜라>7만 관객을 기록한 후 십년의 공백기를 거쳐 <화이>로 부활한 후, <1987>로 첫 영화의 100배에 달하는 723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말이다.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가 흥행은 부진했지만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 국내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휩쓸고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터라 차기작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아내인 문소리 배우 역시 토크쇼 출연 시 농담삼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 장준환 감독의 차기작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바가 없지만 어떤 작품이건 너무 오래 걸리지만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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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 정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