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영화 속 '너드'의 매력

by 꿀마요 2023. 5. 8.

‘아이콘 시리즈’는 영화 속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찾아 갑니다. 오늘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너드’의 아이콘들에 대해 이야기 해봅니다. 




인기 없는 남자, 너드 (Nerd)
너드 (Nerd)는 애인 만드는 데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과학, 컴퓨터, 만화책, 음악 등의 지식으로 중무장한 약간은 사회성이 결여 된 인물을 일컫는 말이다. 좀 더 풀자면, 범생이와 찌질이, 그 중간 어디쯤의 오타쿠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속어인 ‘Nerd’의 어원에 대해서는 <If I ran the zoo>라는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설과 자동차 튜닝 매니아들의 단어였다는 설등,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디서 시작되었든간에 인기없는 남자라는건 확실하다. 미국에서 시작 된 너드 문화의 가장 굵직한 두 축은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다. 이 영화의 모든 팬이 너드는 아니지만, 너드는 모두 이 영화의 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들은 <스타트렉>의 워프항법(공간이동)과 <스타워즈>의 광선검 중 어떤 것이 더 ‘과학적’인지 밤을 새워 이야기할 수 있다.  보통사람들이 보기엔 짜장과 간짜장, 잘 해봐야 방위와 민방위 차이인 것들에 환장하는 사람들. 희귀 만화책을 구하기 위해서는 장기라도 팔 수 있는 (주로) 남자들. 당연히 인기가 있을 리 없다. 

스타트렉 (1979)
<스타워즈 에피스드 4 – 새로운 희망> (1977)


국내에서  <기숙사 대소동>이라는 다소 엄한 제목으로 출시 된 <Revenge of the Nerds> (1984) 는 너드의 전형을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학교에서 자신들을 괴롭히는 근육남들을 상대로 너드들이 복수를 하는 내용의 코미디인데, 너드들의 하릴없는 일상을 낄낄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후 속편을 계속 양산한 나름 인기(?)있는 컬트물이다. 무엇보다 <기숙사 대소동>을 언급하는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 ‘루이스’가 너드의 전형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루이스라는 캐릭터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끼고, 주머니에는 항상 볼펜을 여러 개 꽂고 다닌다. 그리고 바지는 올릴 수 있는 데까지 맹렬히 올려 입는다. (참고로 루이스 역을 맡은 배우는 로버트 캐러딘은 <킬빌>에서 끝판왕 ‘빌’로 분한 고 데이빗 캐러딘의 막내동생 되시겠다.) 아무튼 루이스의 ‘너드패션’은 이후 수많은 헐리웃 영화와 만화들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기숙사 대소동 기숙사 대소동 2  기숙사 대소동 3 기숙사 대소동 4

귀엽고 호감가는 너드들
하지만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초절정 너드들이 디지털 혁명으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면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들로 인해서인지, 늘 조롱의 대상이기만 했던 너드문화와 ‘너드패션’이 이제는 나름 멋스러운 것들로 변했다. 시력이 멀쩡한 인간들 마저 알 없는 안경을 써야 ‘힙스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미국코미디 시리즈 <빅뱅 이론>은 너드들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다. <기숙사 대소동>의 너드들이 다분히 혐오스러웠다면, <빅뱅이론>의 너드들은 꽤나 귀엽고 호감가는 녀석들이다.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너드스러운 주인공은 한대 맞고 덤비다가 두대 맞고 나자빠지더라도, 절대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엔 승리했다. 나폴레옹(존 헤저)이 마지막 춤추는 장면은, 보다 당당하고 섹시(?)해진 너드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덧붙여 수학, 과학 그리고 영화사업이 엄청나게 발달한 아시아의 너드 강국 인도에도 당연히 엄청난 너드 영화가 있다. 바로 <세 얼간이>이다. 인도 역대 흥행순위 1위라는 타이틀과 함께 인도영화 중 월드 와이드 수익 1위라는 기록을 세운 이 영화는, (가상의) 인도 최고 명문대학 ICE에서 펼쳐지는 괴짜스러운 너드들의 이야기다. 재밌는 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발명품들이 인도의 실제 너드들에 의해 만들어진 발명품들이라는 것이다. 

<빅뱅 이론>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세 얼간이들>


 

너드, 세상을 지배하다.


너드가 지배하는 세상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고 있는 인물은 바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이다. 오바마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기도 하지만, 또한 첫 '너드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는 <스파이더맨> 만화책을 모으는 것으로 유명하며, 소문난 <스타트렉>광이다. 심지여 그의 뾰쪽한 귀, 감성보다는 이성에 호소하는 스타일은 종종 <스타트렉>의 캐릭터인 스포크와 비교되곤 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영화 속 영웅들도 상당히 너드스러워졌다. <람보>나 <코만도>처럼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 영웅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컴퓨터도 잘 만지고 똘똘해야, 즉 너드스러워야 진정한 영웅 대접을 받는 시대이다. <배트맨> 시리즈의 브루스 웨인이나 <아이언맨> 시리즈의 토니 스타크 같은 캐릭터들은 비록 외양은 전혀 너드스럽지 않지만, 성향은 뼛속 깊은 너드들이다. 이 영화들에서는 ‘때려 부수는’ 액션 장면들만큼이나 많은 장면들이 컴퓨터를 뚝딱 거리고 뭔가를 발명하는 것에 할애된다. <어벤져스>를 보면 토니 스타크는 근육형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를 유난히 깔보고 모질게 대한다.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는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 지난 시대의 구식영웅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브루스 배너 박사(헐크)에게는 어떤가? 꽤나 살갑게 군다. 너드끼리 통한 것이다. 최근작 <아이언맨 3>에서는 어느덧 ‘베프’가 된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팬들이 만든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의 동성애 페러디물을 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시대별로 변화되어 온 너드에 대해 들여다 봤다.  너드는 소외 된 괴짜에서 호감형 범생이 그리고 다시 세상을 호령하는 무리가 되었다. 어쨋거나 너드는 앞으로도 우리가 볼 영화 속에 끝도 없이 등장 할 것이다. 새로운 너드의 아이콘이 풀어갈 이야기를 즐겁게 기다려본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아이언맨 3> <어벤져스>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