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감독들
감독이 데뷔작을 실패하고 다음 영화를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여러 이해관계와 자본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영화 프로덕션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다. 그럼에도 데뷔작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감독은 누가 있을까?
김태균 감독
<암수살인>이 개봉 엿새만에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 중이다. 쓸데없이 자극적인 범죄 묘사 없이 우직하게 주인공을 따라가는 연출력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암수살인>은 김태균 감독의 두번째 작품인데 2012년 4월 <어벤져스>가 극장가를 강타하던 시기에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 사라진 <봄, 눈>이 감독의 데뷔작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가족의 드라마를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는 연극적이고 진부하다는 평을 받으며 2만여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인터뷰에 따르면 감독은 데뷔작 연출 당시 남의 말을 안 듣고 독선적인 태도로 임했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암수살인> 때는 배우와 제작자 등 주위의 의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 했다고.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포스터 & <끝까지 간다> 포스터]
김성훈 감독
오는 12월 공개를 앞둔 <킹덤>은 한국 진출을 선언한 넷플릭스가 선택한 첫번째 시리즈물이다. <싸인>, <시그널>의 스타작가 김은희와 <끝까지 간다>, <터널>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이 뭉쳤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성훈 감독은 2014년 영화 <끝까지 간다>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후 <터널(2016)>, <킹덤(2018)>까지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데뷔작 실패 후 <끝까지 간다>로 인정받기까지는 긴 공백기가 있었다. 2006년 개봉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바로 김성훈 감독의 데뷔작이었다. 봉태규, 백윤식 주연의 코미디물로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나 미흡하다는 평 속에 6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훗날 인터뷰에서 감독은 첫 작품을 두고 개봉 당시엔 재미있는데 왜 몰라줄까 생각했다가 6개월 후 다시 보고는 고개를 들 수 없이 부끄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 리틀 히어로> 포스터 & <공조> 포스터]
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과 동명이인인 또다른 김성훈 감독은 재미있게도 이름 뿐 아니라 데뷔작이 실패했다는 점, 두번째 작품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 차기작으로 조선판 좀비물을 내놓을 예정이란 점에서도 닮았다. 10월 25일 개봉 예정인 <창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데뷔작은 2013년작 <마이 리틀 히어로>였다. 퇴물 음악감독이 다문화 가정의 소년과 함께 뮤지컬 오디션에 나간다는 내용의 휴먼 드라마인데 사건 전개가 예측 가능하고 너무 착한 영화라는 평 속에 고작 18만 관객을 동원하고 막을 내렸다. 절치부심한 감독이 4년만에 들고 나온 영화는 바로 2017년 설 연휴 박스오피스를 정복한 영화 <공조>였다. 데뷔작 실패 후 차기작의 주제와 메시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생각을 바꿔 가볍게 접근해보려 한 것이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고. 두 김성훈 감독의 차기작인 <킹덤>과 <창궐>이 나란히 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야수와 미녀> 포스터 & <럭키> 포스터]
이계벽 감독
최근 크랭크업 소식을 전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코미디 연기의 대가 차승원과 <럭키>로 700만 관객을 웃긴 이계벽 감독이 뭉쳐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이계벽 감독이 데뷔작 이후 <럭키>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십년이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야수와 미녀>가 바로 이계벽 작품의 첫 작품이었는데 156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했으나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한 아쉬운 성적이었다. 이후 작가로서 <남쪽으로 튀어>, <커플즈> 등 다른 감독의 영화를 각색하는 한편, 부지런히 차기작을 준비했으나 금융위기, 캐스팅 문제 등으로 번번이 제작 직전에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결국 <럭키>를 연출하기까지 십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 & <1987> 포스터]
장준환 감독
이 분야의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를 꼽자면 장준환 감독이 아닐까. 저주받은 걸작 <지구를 지켜라>로 7만 관객을 기록한 후 십년의 공백기를 거쳐 <화이>로 부활한 후, <1987>로 첫 영화의 100배에 달하는 723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말이다. 데뷔작인 <지구를 지켜라>가 흥행은 부진했지만 청룡영화상, 대종상 등 국내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휩쓸고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터라 차기작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아내인 문소리 배우 역시 토크쇼 출연 시 농담삼아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 장준환 감독의 차기작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바가 없지만 어떤 작품이건 너무 오래 걸리지만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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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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