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슈퍼스타 케이4에서 감성적인 음악으로 파란을 일으키면 홍대광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이다. 이런 홍대광이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바로 크리스찬 베일. 얼핏 홍대광과 전혀 반대의 이미지인 크리스찬 베일을 그가 왜 좋아하는지 들어봤다.
Q1. 홍대광씨가 좋아하는 배우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입니다. ‘크리스찬 베일’은 잘생긴 외모와 멋진 근육질 몸매를 가진 매력적인 배우지만, 그 외에 어떠한 역할을 맡아도 그 캐릭터의 감정을 관객에게 완벽히 전달하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진정성을 전달하는 일’이 ‘음악’과 ‘연기’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크리스찬 베일의 열정에 감탄한 적이 많습니다.
한 예로 <머니시스트>라는 작품 속에서 ‘불면증을 겪는 기계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위해 하루 커피 한 잔과 사과 한 쪽만 먹으며 몸무게를 30kg나 감량했다가도, <배트맨 비긴즈> 촬영을 위해 다시 몸을 근육질로 만드는 프로정신이란! (저도 이번 데뷔 앨범 <멀어진다>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면서 크리스찬 베일을 더더욱 존경하게 됐답니다) 또한 영화 속 캐릭터의 출생지까지 분석해 본인의 억양을 교정하는 디테일한 노력은 역시 대중들에게 감정을 전달해야하는 저도 많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25년이라는 연기 경력에도 불구, 작품 선택의 기준이 출연료나 영화 예산의 규모, 감독의 인지도 보다는 시나리오의 얼마나 좋은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작품 선택 기준이라는 기사를 본 이후 크리스찬 베일에 대한 호감이 더 커졌습니다. 필모그래피 중 저예산 독립영화도 상당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연기력과 외모를 이용해 현실에 타협하며 ‘인기’와 ‘성공’만을 추구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만의 철학을 뚜렷하게 지켜나가는 모습이 제게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남들이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제껏 음악을 해오면서 크리스찬 베일의 철학에 아주 조금이나마 동질감을 느낀다면…괜한 착각일까요? 하하.
Q2. 해당 배우가 출연한 영화 중 추천작은? (4편-5편)
1. <프레스티지> 2006년 개봉작
프레스티지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선 안 유명할 수도 있는 영환데요. 이 영화에서 천재성을 지닌 마술사 역할로 나와요. 그 역할을 소화하는 내내 아리송하면서 오묘한 느낌의 대사처리와 표정, 눈빛으로 관객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런 식으로 끝까지 영화가 진행이 되는데 마지막에서야 답답했던 관객의 마음을 “아하!”로 바꿔주는 반전이 있죠. 그 반전을 말하면 스포일러라서..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2. <이퀄리브리엄> 2002년 개봉작
감정을 없애는 약을 복용하며 살아가야하고, 감정이 생기면 죄인 같이 다루는 미래 세계를 다룬 영화입니다. ‘크리스챤 베일’은 이 영화의 세계관을 대변할 수 있는 ‘존 프레스톤’이라는 역으로 나옵니다. 존 프레스톤은 처음에는 감정이 없는 상태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잡아가는 최고의 요원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를 통해 본인 스스로 감정을 느끼게되고, 혼란에 빠지고 그로 인해 동료 요원들에게 쫓기는 이야기입니다. 감정이 없을 때의 크리스챤 베일은 철저히 기계적인 눈빛과 행동을 보여주지만,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 서서히 케릭터가 변화는 과정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영화 속 상반되는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 하죠) 물론 이 영화의 백미는 권총을 이용한 액션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보너스! 라고 생각해요.
3. <파이터> 2010년 개봉작
이 영화에서의 크리스찬 베일은 ‘내가 아는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디키’라는 허풍쟁이 마약 중독자를 연기하는 크리스찬 베일의 모습에서는 중저음의 목소리와 신사적인 이미지의 그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건들거리는 말투에 예전 일을 떠올리며 허풍만 늘어 놓는 마약 중독자일 뿐입니다. 그만큼 크리스챤 베일은 감독이 그 배역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얼마만큼의 무게와 크기를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연기하는 배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버스킹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음악을 시도해 보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채워 줄 것인가’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연기도 그렇지만, 노래도 감정 과잉 상태로 가면 관객이 부담스러워 하시고, 너무 감정을 자제해서 가면 다들 그냥 지나치셨습니다. 지금도 어떻게 저만의 색을 유지하면서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 중인데 언젠가는 감독이 원하는 크기와 무게를 딱 맞게 채워주는 크리스챤 베일처럼 저도 대중분들이 원하는 크기와 무게에 잘 맞추면서 색을 유지하는 가수가 될 수 있겠죠? 이건 평생 숙제 일 것 같습니다.
4. <배트맨 시리즈> 2005, 2008, 2012년 개봉작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총 3편의 영화가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작품이라고 나누기가 모호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느낍니다. 사실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를 보면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의 구성을 가지고 가면서 어떻게 보면 영웅의 행동이나 모습에 중점을 두었다면, 놀란 감독이 해석한 배트맨 시리즈는 배트맨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면을 강조했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또한 배트맨과 인간 브루스 웨인의 이중적인 감정을 잘 소화해 낸 크리스챤 베일이라는 배우의 역량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브루스 웨인이 어떠한 이유로 배트맨이 되었고 배트맨이 된 이후에도 어떠한 고뇌를 했으며 왜 그렇게 고뇌 했는지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느낄 수 있었답니다. 특히 가장 최근 작품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맨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든 경찰 청장이 배트맨에게 “사람들이 자신들을 구한 영웅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묻자 “영웅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코트를 벗어주며 아직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간단한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됩니다.”라고 배트맨이 대답합니다.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영웅은 어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작은 부분이지만 본인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감독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어떻게 보면 노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마지막 대사처럼 제가 특별하게 잘해서가 아니라 그저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고 또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아서 계속 했을 뿐인데 감사하게도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 할 수 있게 되었건 거죠. 크리스챤 베일도 그저 연기하는 것이 좋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 나가면서 묵묵히 진실을 다 하는 모습에서 저 또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챤 베일의 내면에서 배트맨과 같은 모습, 브루스 웨인과 같은 모습이 있기 때문에 진심으로 연기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저에게 전달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영웅이다” 라는 말은 제 머리 속에 잔잔한 여운으로 오래 남을 듯 한 대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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