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하루 24시간. 하루만에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한 영화들을 모아봤다.
하루를 일년같이 [비포 미드나잇]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중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만 뭐 단 하루 뿐이라도 이것저것 바쁘게 살면 대충 해결되는 것들도 있기는 하다. 최신 개봉작 [비포 미드나잇]의 제시와 셀린느는 '동트기 전(비포 선라이즈)'에 사랑에 빠지고 '해지기 전(비포 선셋)'에 운명을 결정한다. 이렇게 단 이틀 만에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애까지 데리고 나온다.
이렇게 하루 안에 모든 것이 완결되는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몇몇 있고 하루라는 빡빡한 일정 내에 기승전결을 이뤄내야 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하루를 일년같이 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년을 하루같이 사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뭐 하루하루 감사하고 충실하게 사는 게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 싶다. 헤밍웨이 어르신도 죽으면 충분히 잠들 수 있을 테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라고 그러지 않았던가.
한 여름 밤의 꿈 [라스트 스쿨데이]
[비포 미드나잇]의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시리즈 1편 [비포 선라이즈]를 찍기 이전부터 이미 하루 만에 벌어지는 영화를 훌륭히 완수해냈던 바 있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라스트 스쿨데이]는 이를 기념해 최근 사운드트랙이 LP로 재발매되기도 했는데 1976년 여름방학이 시작한 바로 그 하루 학생들의 시시콜콜한 일과를 담아낸다. 현재는 거물이 된 온갖 배우들(밀라 요보비치, 제이슨 런던, 조이 로렌 아담스등) 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영화를 두고 쿠엔틴 타란티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행아웃(Hangout)' 무비라 극찬한다. 나 역시 이 영화를 간간히 돌려보는데 끝날 때쯤이면 좋은 친구들과 얘기하고 난 기분이 들곤 한다.
백수들의 백화점 공략기 [몰래츠]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는' 백수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루 왠 종일 백화점을 뒤집어 놓는다. 미쿡 오타쿠 케빈 스미스 감독은 전작 [점원들]에서 지독한 '점원들'을 다뤄내더니 차기작 [몰래츠]에서는 더 지독한 '손님들'을 다뤄낸다. 온갖 민폐를 비롯 통쾌하다고 하기에는 좀 찜찜한 미국식 화장실 유머가 득실대는 가운데 마이클 루거, 제이슨 리 등 온갖 명배우들이 종횡무진 떠들어댄다. 앞서 얘기한 [라스트 스쿨데이]와 마찬가지로 제레미 런던이 주인공, 그리고 벤 에플렉이 지독한 역할로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케빈 스미스 영화의 아이콘 '제이'역할의 제이슨 뮤즈는 이후 [라스트 갓파더]에서 영구의 뒤치닥거리를 하기도 한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사랑의 블랙홀]
빌 머레이는 ‘하루’에 갇힌다. 자고 일어나면 문자 그대로 계속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다. 달력날짜도 그대로고 사람들의 동선도 그대로이며 계속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자살을 해도 결국 다음날 일어나면 또 같은 날이 그대로 돌아오니 미치겠다. 결국 이 반복되는 날 처음 본 앤디 맥도웰의 사랑을 여자저차해 단 하루 만에 얻어낸 이후 빌 머레이는 마치 부르마블에서 주사위 던져 무인도 탈출하듯 이 엉겁의 반복에서 해방된다. 사랑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결말은 좀 식상하긴 한데 결국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흔한 탈출구는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반복되는 명절날 스트레스 [다이하드 시리즈]
그래도 크리스마스 날은 솔로들 조차도 기분이 들뜨곤 하는데 존 맥클레인은 이 미국 명절날에 항상 테러리스트들과 싸운다. 일단 그는 경찰인데 휴무도 없이 재수없게 얽혀서 범죄와의 전쟁을 치루는 그의 모습에서 본의 아니게 크리스마스에도 묵묵히 일해야만 하는 남편, 그리고 가장들이 오버랩되곤 한다. 존 맥클레인은 총 한번 쏘고 농담하고 사람한명 죽이고 농담하고 그러는데 그래도 명절에 고된 일까지 하면서 유머라도 없으면 어떻게 버티나 싶기까지 하다.
[스피드], [닉 오브 타임], 그리고 [폰 부스]의 주인공들 역시 테러리스트에게 그날 하루 된통 미친 듯이 시달린다. 물론 이 분야의 끝판왕은 미국 드라마 [24]의 능력자 ‘잭 바우어’일 것이다. ‘잭 바우어’만큼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도 꽉차게 보내시길 바래본다.
한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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