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쉴드와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에서 실드는 조직 내의 치부를 드러내며 해체되고 만다. 평화를 위해 어벤져스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낀 토니 스타크가 쉴드 대신 나서고, 사명감이 투철한 캡틴 아메리카가 리더를 맡게 된다. 토니 스타크는 나아가, 자신들이 지금처럼 활약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아이언맨 수트를 비롯한 자신의 무기들로 평화 유지를 전담할 수 있는 뛰어난 인공지능 ‘울트론’을 개발한다.
2. 코믹스와의 관계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라는 제목은 울트론이 등장하는 코믹스에서 따온 것이지만, 제목이 적합해서 차용했을 뿐, 줄거리는 영화와 다르다. 코믹스에서 울트론은 1대 앤트맨이기도 한 행크 핌 박사가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울트론의 기원은 어벤져스 멤버들과 관련이 있어야 했기에 울트론의 개발자를 토니 스타크로 바꿨다. 행크 핌이 처음 영화에 등장하는 <앤트맨>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다음에 공개된다. 새로 등장하는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의 개인사는 <마블 얼티미츠 (Marvel Ultimates)>라는 코믹스의 설정을 따른다.
3. 타노스와 인피니티 스톤
10편의 시리즈 내내 언급되어 온 최강의 빌런 타노스가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조스 웨던 감독은 대신 울트론을 선택했다. 완벽한 절대악 타노스보다, 지구에서 탄생하여 지구인을 위협하는 아이러니를 안고 있는 울트론이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더 강한 빌런인 타노스는 세 번째 어벤져스 영화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2부작의 메인 빌런으로 결정되었다. 타노스는 궁극의 우주 무기인 인피니티 건틀렛(갑옷의 장갑)을 완성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비한 힘을 가진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에서는 네 개의 인피니티 스톤이 나왔다. 다른 차원으로의 문을 여는 스페이스 젬(테서렉트 혹은 큐브)은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서 레드 스컬이 힘을 얻는 데 사용했고, <어벤져스>에서는 로키가 노렸던 것으로, 사태가 해결된 뒤 토르가 아스가드로 가져갔다. 로키의 무기에 장착된 마인드 젬도 인피니티 스톤이다. <토르: 다크월드>는 리얼리티 젬(에더)을 둘러싼 싸움이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파워 젬(오브)이 등장했다.
4. 울트론
울트론은 인공 지능이다. 따라서 울트론에게는 정해진 신체가 없다. 울트론이 양산해낸 안드로이드들을 모두 물리친다고 해서 울트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는 패배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들을 모두 분석하여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서 더욱 막강한 신체를 통해 부활할 것이다. 울트론은 평화를 위해 설계되었지만, 스스로 급속히 진화한 결과 인류가 말살되어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고는, 창조주인 토니 스타크에게 반기를 든다. 첫 예고편의 마지막 대사는 “내 몸엔 줄이 없다”였다. 그리고 이 예고편의 배경 음악은 1940년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에 삽입된 “내 몸엔 줄이 없다”라는 스코어를 변주한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만든 비참한 운명의 꼭두각시, 그러나 인간보다 우월한 자신은 더이상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표현이다.
5. 목소리 1 - 제임스 스페이더
울트론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는 제임스 스페이더다. 그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칸느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프랙티스>, <보스턴 리갈> 등의 드라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세 번 수상한 연기파 배우다. 조스 웨던 감독은 울트론 역할로 제임스 스페이더 이외의 다른 배우는 아무도 고려하지 않았다. 감독은 그의 목소리가 몽환적이며, 섬뜩할 정도로 차분하고, 위압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하다고 평가한다. 고도의 지능과 자부심, 결단력을 가진 울트론의 말투를 위해 제임스 스페이더는 어떤 특별한 액센트나 억양을 시도하지 않고, 그 자신의 평소 말투 그대로 연기했다.
그가 등장하는 분량의 첫 촬영 날, 첫 테이크를 마치자마자 현장의 모든 사람이 그의 연기에 박수와 환호를 보낼 만큼 연기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는 자주 CGI 작업에 필요한 모션캡쳐 장비를 장착하고 연기해야 했다. 극중 2.8미터 키의 로봇 형태를 갖춘 울트론을 연기할 때는, 그 눈 위치를 맞추기 위해 높이 1미터짜리 장비를 머리 위에 달고 연기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실감나는 연기에 깊이 몰입한 상대배우가 자꾸 울트론의 눈이 아닌 그의 눈을 쳐다보는 바람에 여러 번 NG가 났다.
6. 목소리 2 – 폴 베타니 (비젼)
비젼이라는 초능력 사이보그가 탄생하는데, 코믹스에서는 울트론이 어벤져스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여기선 반대로 토니 스타크가 울트론을 막기 위해 만들었으며, 토니 스타크의 작업실과 아이언맨의 시스템을 관리하던 인공지능 자비스가 바로 비젼의 모체다. 이제까지 자비스의 목소리를 연기해 온 폴 베타니가 비젼 역할도 이어받았다. 그는 <기사 윌리엄>에서 시인 제프리 초서, <다빈치 코드>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알바이노 수도승을 연기했던 배우다. <뷰티풀 마인드>, <마스터 앤드 커맨더:위대한 정복자> 등으로 많은 연기상을 받았고, <윔블던>, <프리스트>의 주인공이었다. 제니퍼 코넬리가 그의 아내다.
7.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
퀵실버(피에트로 막시모프)와 스칼렛 위치(완다 막시모프)는 쌍둥이 남매다. 처음에는 울트론에게 복종하여 어벤져스와 적대하다가, 나중에 어벤져스에 합류해 울트론과 싸우는 데 활약한다. 둘의 배경은 코믹스 <마블 얼티미트>의 설정을 따른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오로지 서로만 의지하고, 지켜주며 살아남았다. 본래 이 남매는 엑스맨에서 시작되었는데, 매그니토의 자식이며 돌연변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엑스맨>의 영화화 판권이 20세기 폭스에 있기 때문에 마블이 이들을 <어벤져스> 세계에 등장시키는 데에는 제약이 따랐다. 원래 퀵실버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 등장할 예정이었고 마블도 <어벤져스>에 등장시키려 했었으나, 적절한 법률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두 영화 모두에서 퀵 실버는 빠졌다.
두 회사는 이후 이 문제에 관해 합의했는데, <엑스맨>의 퀵실버는 그가 어벤져스 멤버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아야 하고, 반면 <어벤져스>의 퀵실버도 그가 '돌연변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이 합의를 통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에반 피터스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아론 테일러 존슨이 퀵실버 역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청년은 영화 <킥애스> 시리즈에서 함께 연기했었던 인연이 있다. 스칼렛 위치 역할의 엘리자베스 올슨과 아론 테일러 존슨은 바로 전 영화 <고질라>에서 부부로 출연했었다.
8. 묠니르
사전 공개된 영상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은 묠니르(토르의 망치)를 들 수 있는지를 놓고 내기를 한다. 자격이 있는 선택된 자만 다룰 수 있다는 묠니르는 수트를 장착한 아이언맨과 워로드가 힘을 합쳐도 꿈쩍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가 힘을 쓰자 아주 약간 들리는데 이때 토르의 표정이 움찔한다. 블랙 위도우는 아예 시도조차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코믹스의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묠니르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예고 영상들을 분석한 의견 중에는 토르가 묠니르에 대한 자격을 잃어버린다는 예상이 있었다.
9. 헐크버스터
헐크만큼 크고 육중한 아이언맨 수트 ‘헐크버스터’도 예고편에 등장했다. 모양뿐 아니라 헐크에 대적하는 파워도 놀랍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아군인 헐크와 아이언맨이 도심에서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헐크는 가장 막강한 멤버이자 가장 통제하기 힘든 멤버이기에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다. 토니 스타크는 이를 대비해 아크 원자로 일곱 개로 작동하는 초강력 수트를 만든 것이다. 예고편에서 헐크가 아이언맨을 공격하는 이유로 팬들은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그냥 헐크다운 폭주다, 울트론을 만든 것이 토니 스타크이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예고편에서 헐크와의 로맨스가 예상되던 블랙 위도우가 다쳐서 그런다는 등의 의견과, 스칼렛 위치의 초능력에 의한 농간이라는 의견 등이 활발하게 격돌했다.
10. 드라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은 역대 프랜차이즈 영화 흥행 순위 1위다. <해리 포터>와 <스타 워즈>가 각각 2, 3위다. 단일 영화의 흥행 성적으로 보면 국내외 성적을 통틀어 <아바타>와 <타이타닉>에 이어 <어벤져스>가 3위다. 마블의 영화들이 거의 예외 없이 대 히트를 거둔 데는 제작자와 감독의 역할이 컸다. 마블 스튜디오의 간부들은 SF 대작 경험이 없는 코미디 감독, 셰익스피어 영화 전문 감독 등을 과감히 기용해 왔다. 이들만이 가진 연출의 강점,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중요했기 때문이다. 인기 코믹스 원작에서 가져 온 흥미진진하고 기발한 사건들, CGI를 이용한 볼거리 등은 비중이 큰 흥행요소이긴 하지만, 대신 이 영화들에서는 정체성과 사명감, 주변 사람과의 관계 등에 따라 벌어지는 섬세한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다뤄졌다는 차별점이 있다.
일례로 <어벤져스>가 서로 무관심하던 그들이 팀을 이루고, 동료라는 사실을 깨닫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들은 울트론 사태를 통해 더 깊은 관계가 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에서 이들은 몰랐거나 잊고 있던 과거를 탐색하며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1편에서보다 더 심하게 갈등하기도 한다. 마블이 받는 절대에 가까운 신뢰를 바탕으로, 셰익스피어적인 통찰과 가장 모던한 볼거리를 한 데 엮어 완성한 영화라면 역대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지=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Marvel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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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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