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 소환하는 주윤발 영화 #1
2018년에 [영웅본색 4]가 개봉했다. 왕대륙, 왕카이, 마천우 등 신세대 대륙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야심작이ㅇ다. 그러나 주윤발이 나오지 않는 영웅본색을 아재들은 인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오랜만에 돌아보는 주윤발의 영화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총격씬이 많은 영화만 골라서 추천드린다.
01_영웅본색 2 (1987)
주윤발의 팬이라고 해도 [영웅본색 3]는 일단 거른다. 갑자기 배경을 베트남으로 옮겨 부패한 군벌과 벌어지는 ‘전쟁’은 팬들이 기대하는 홍콩 누아르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웅본색 1편은 역시 시대의 명작이지만, 다시 보면 총격씬 보다는 드라마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2편을 가장 좋아하는 아재 팬들이 많다. 그러나 비극적인 인생을 애써 웃어넘기려는 1편의 주윤발, 능글능글한 매력을 가진 2편의 주윤발은 우열을 가릴 수 없겠다.
다시 감옥으로 돌아간 송자호(적룡)는 동생 송자걸(장국영)이 투입된 위험한 수사를 돕는다는 조건으로 가석방된다. 경찰의 명령으로 자신이 모시던 용사를 뒷조사하지만,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 있던 용사는 오히려 다른 범죄조직에 모든 것을 잃고 실성하고 만다. 그리고 송자걸은 조직과 맞서는 과정에서 동생 송자걸을 잃는다. 송자호는 정신을 차린 용사와 마크(주윤발)의 쌍둥이 형제 켄(주윤발)과 힘을 합쳐 복수에 나선다.
02_용호풍운(1987)
비밀경찰 추(주윤발)는 신분을 숨기고 조직에 숨어드는 비밀작전에 더 이상 참여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성과에 눈이 먼 상부의 명령으로 다시 위장업무에 투입된다. 조직의 행동대장인 호는 추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추는 위태롭게 작전을 이어간다.
주윤발이 출연한 어떤 작품보다 서늘하고 비정한 기운이 가득한 작품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에 많은 영향을 준 영화로도 유명하다. 특히 얽히고설킨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3자가 서로에게 총구를 엇갈리게 겨누며 대치하는 장면이 백미다.
03_첩혈쌍웅(1989)
킬러인 이쏭(주윤발)은 실수로 가수 제니(염청문)의 눈을 멀게 한 후, 그녀의 주변을 맴돈다. 그의 사정을 모르는 제니는 곧 이쏭과 사랑에 빠지고 이쏭은 그녀의 눈 수술비를 위해 토니왕의 살인청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토니왕의 경호를 맡은 리경위(이수현)와 마주친다. 리경위는 범죄자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의 이쏭에게 흥미를 갖는다.
영웅본색을 제치고 주윤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히곤 하는 작품이다. 2016년에 국내에서 재개봉하면서 공개된 쿨한 느낌의 포스터도 좋지만, 역시 붉은색 두 쌍(双)자가 강렬하게 새겨진 옛날 국내용 포스터가 멋지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랑’, ‘경찰과 범죄자의 의리’. 이런 신파적인 전개가 압축된 마지막 인질극 장면, 그리고 친구를 위해 기꺼이 범죄자가 되는 경찰 리경위의 마지막 총격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04_도신 – 정전자 (1989)
[지존무상]과 함께 왕정 감독의 카지노 누아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주윤발, 유덕화, 왕조현, 장민 등 당시 홍콩 영화 붐 속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들만 모았다. 도박의 천재 주윤발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바보처럼 행동하다가 다시 본연의 모습을 찾아 복수한다는 통쾌한 스토리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웅본색의 성냥개비, 선그라스, 쌍권총, 롱코트 같은 아이콘이 있었다면, [도신]에는 카드를 칠 때 먹는 초콜릿, 포마드로 빗어넘긴 올백 머리, 버릇처럼 만지작거리던 반지 등을 유행시켰다. 당시 홍콩 누아르 영화의 유행과 함께 비비탄 모형권총도 유행했었는데, 주윤발이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발로 차올려 받아들고 사격하는 모습을 흉내 내는 소년들이 많았다.
05_종횡사해(1991)
아해(주윤발)와 홍두(종초홍) 그리고 제임스(장국영)는 어린 시절부터 사부에게 프로 도둑으로 길러진다. 프랑스 범죄조직의 사주로 ‘할렘의 여시종’을 훔치는 과정에서 아베가 그만 폭발사고로 죽고 만다. 제임스는 홍두와 결혼하고 여전히 사부의 지령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아베의 죽음이 사부와 관련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아베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
영화 후반부까지 휠체어에 앉아있던 주윤발이 결정적인 순간에 날아올라 발차기를 했을 때의 통쾌함이라니! 이어지는 총격씬 역시 휼륭했다. 주윤발은 [영웅본색]이 성공한 1986년부터 1988년까지 거의 40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이 이어지자 간염 등으로 몸이 망가진 주윤발은 잠깐의 휴식기를 거친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휴식 후 컴백한 작품이 [종횡사해]였다.
06_첩혈속집 (1992)
데킬라(주윤발)는 불법 무기 거래 수사 중 친구 아룡을 잃고 복수를 다짐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조직에 잠입해 있던 비멸경찰 아량(양가위)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병원에서의 대규모 전투 장면, 주윤발은 총소리에 놀라지 말라며 위생솜으로 신생아의 귀를 막아주고 한 팔로 안은 채, 나머지 한 팔으로만 우아한 총격씬을 이어간다. 아시아의 로맨틱가이가 되기 전 양조위의 혈기왕성한 액션을 보는 재미도 있다. [쳡혈쌍웅]의 속편인듯한 느낌의 국내 개봉 제목은 [첩혈속집]이었지만, 원제목은 날수신탐(辣手神探)이었다.
07_협도고비(1992)
명사수 고비(주윤발)는 친구 심사를 도와주다가 범죄조직의 보스 귀리의 표적이 된다. 귀리는 판관(임달화)에게 고비를 죽여달라는 청부를 한다. 고비는 일가족을 잃고 오른손마저 다쳐 더 이상 귀신같은 사격솜씨를 보일 수 없다. 그러나 왼손으로 사격연습을 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황비홍]으로 대표되는 무협물의 인기가 고개를 들던 시기와 맞물려,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한 홍콩 누아르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 [의적 로빈후드]가 날아가는 화살시점의 특수효과로 충격을 주었었는데, 같은 기술이 [협도고비]의 총알 날아가는 장면으로 적용되었다. 국내 마케팅에서는 ARS로 OST를 들을 수 있는, 당시로써는 새로운 마케팅도 기억에 남는다.
#2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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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김격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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