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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펜터의 '괴물' 배경은 남극. 미국 과학 기지에 외계 괴물이 침입한다. 괴물은 이미 노르웨이인들의 기지를 전멸시키고 왔다. 외부와의 통신은 두절되었고, 눈 폭풍마저 몰려오는 중이다. 대원들은 극한의 환경에 고립된 상태에서 이 정체불명의 외계 괴물과 싸워야 한다. 문제는 이 괴물의 특징이다. 괴물은 근처의 생물을 공격해서 그 생물의 특징을 모두 흡수한다. 생김새뿐 아니라 지능이나 성격 같은 세세한 특징까지 세포 단위로 완벽하게 변신한 채로 태연히 그 생물의 무리에 섞여 들어가고, 기회를 틈타 또 다른 개체를 공격한다. 계속 동료가 죽어 나가는데도, 누가 괴물이며 몇 명이나 섞여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누군가 괴물로 변해 나를 공격할 수 있고, 그 결과 나도 괴물이 될 수 있다. 뱀파이어.. 2021. 8. 6.
망령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소녀 '폴터가이스트'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란 독일어로 '시끄러운 영혼'이라는 뜻으로, 인지할 수 없는 대상에 의해 악취와 소음이 나며 물건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괴현상을 말한다. 주로 악마나 유령이 일으킨 것으로 간주해왔으나, 초심리학에서는 특정 인물의 ‘염력’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어린 소녀, ‘캐롤앤’은 노이즈가 끓고 있는 TV화면을 보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인 다이앤과 스티브는 그 모습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그냥 몽유병 증세가 심해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뒤로 집안에서 이상한 현상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유리컵이 갑자기 깨지고 가구들은 저절로 움직였으며 개는 누군가가 있는 듯 허공을 향해 짖어댔다. 그렇게 집안 곳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천둥번.. 2021. 8. 6.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 '죠스' 2편 영화 전체에서 가장 처참하고 쇼킹한 장면은 중반부, 상어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배의 잔해에서 튀어나오는 누군가의 잘린 목이다. 이어 다음 날 아침의 습격 장면에서는 희생자의 잘린 다리를 보여준다. 사냥에 나선 배에서 드디어 상어의 끔찍한 이빨을 보게 되고, 그 거대한 덩치를 보여준다. 임팩트 있는 시각적 공포를 네댓 번 선사하고 난 후, 스필버그 감독은 다시 상어의 실체를 감춘다. 퀸튼은 그놈의 몸에 작살을 꽂아, 물에 뜨는 부표를 매달고 다니게 한다. 아무리 큰놈이라고 해도, 부표를 세 개나 달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거라는 퀸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배를 향해 달려오던 세 개의 부표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배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물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부표의 움직임, 그리고.. 2021. 8. 6.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 '죠스' 1편 이번 주는 1975년 스필버그의 전설적인 흥행작 다. 대서양 연안의 아미티 섬은 주민 대부분이 여름 한 철 관광 수입으로 먹고사는 동네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직전, 한 여성의 시체 조각들이 해변에서 발견된다. 경찰서장 브로디(로이 샤이더)는 상어의 소행이라는 법의학자의 소견에 따라 해변 폐쇄를 추진한다. 섬의 시장(머레이 해밀턴)은 법의학자를 설득해 말을 바꾸게 하고, 상어의 짓이라는 증거가 확실치 않다며 해수욕장 개장을 강행한다. 그러나 많은 피서객 사이에 상어가 다시 나타나 한 소년이 죽게 되고, 식인 상어에게는 현상금이 걸린다. 이에 각지에서 낚시꾼, 사냥꾼들이 몰려들더니 누군가가 제법 큰 상어를 잡자, 모두 사태가 해결됐다고 믿는다. 해양학자 후퍼(리차드 드레이퓨스)는 피해자들을 죽음에 .. 2021. 8. 6.
‘곡성’ 만큼 무서웠던 영화 ‘여곡성’(1986) 한국 공포영화 클래식 [여곡성[을 소개한다. 첫날 밤이 고비였다. 이미 장가를 간 맏아들과 둘째 아들은 첫날 밤에 의문사하고 졸지에 두 며느리는 과부가 되어버린 터였다. 시어머니, ‘신 씨’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셋째 아들을 지키려고 아들 대신 머슴 ‘떡쇠’와 천한 집안 출신인 ‘옥분’의 가짜 혼례를 계획한다. 하지만 셋째 아들, ‘명규’는 기어코 자신의 손으로 집안의 저주를 끊겠다며 옥분과 첫날밤을 보내다 또다시 의문사 한다. 한 맺힌 혼령의 곡소리가 가득한 이 집안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집안의 혈통이 끊겼다며 슬퍼하던 ‘신씨’에게 옥분의 임신은 기적과도 같았다. 그 마지막 희망을 위해 신씨는 무덤을 찾아가 이제 제발 한을 풀고 극락왕생하라며 혼령을 달랜다. 하지만 그 뒤 오히려 ‘신.. 2021. 8. 4.
자기 자신이 무서워지는 공포영화 '큐어' **본문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목과 가슴부위가 큰 엑스(X)자로 베인 시체가 계속 발견되자, 베테랑 형사 다카베(야쿠쇼 코지)가 수사를 시작한다. 특이하게도 이 살인 사건들을 저지른 범인이 모두 다르다. 순순히 죄를 인정한 범인들은 자기가 왜 피해자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딱히 이유를 대지 못한다. 엽기적인 신체훼손이 나오지만 는 일반적인 슬래셔 무비와 방향이 다르다. 그렇다고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 범죄 스릴러도 아니다. 살인 사건들의 배후인 마미야(하기와라 마사토)는 초반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일찌감치 잡혀버린다. 그의 살인 교사 방법이 최면술이라는 것 역시 금방 밝혀진다. 의대에서 최면술을 연구했던 그는 어떤 계기로 심각한 기억 상실증에 걸렸고, 정신 이상자가 된 채 떠돌아다녔다. 반년 동안 그.. 2021. 8. 4.
'착신아리'는 '링'의 짝퉁이 아니다 는 짝퉁이 아니다. 는 얼핏 의 아류작 같다. 긴 머리 여자 귀신의 관절꺾기 이외에도, 에는 과 흡사한 요소가 많다. 비디오와 휴대폰 등 통신 기기로 저주가 전달되고, 소중한 사람을 살리려면 원혼의 사연을 풀어야 한다는 점. 주인공이 남녀 콤비고, 십 대 소녀들은 그 ‘괴담’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이런 요소들이 에서 처음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는 다른 호러 영화들과 많이 닮았다. 현재에선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희생되고, 그 원인이 되는 귀신의 과거 사연을 재구성해 가는 구조 역시 오랫동안 많은 호러물이 써 온 수법이다. 가 차별을 두는 것은 시작부터 휴대폰이라는 소재를 큰 비중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호러 장르의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에 현대적인 기기를 섞어 넣었다는 점 때문에.. 2021. 8. 4.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 '월하의 공동묘지' 음산한 달빛 아래, 공동묘지의 허름한 무덤이 열리고 소복 입은 여인, ‘명순’이 모습을 드러낸다. 명순은 어떤 한이 남아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었을까? 명순의 한 많은 인생 명순은 독립운동으로 투옥된 오빠와 애인 ’한수’를 옥바라지하기 위해 기생, ‘월향’이 되어야 했다. 감옥에서 나온 ‘한수’와 혼인하고 아들을 낳지만, 아직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할 오빠 걱정에 폐병을 얻는다. 그리고 그녀의 병시중을 들던 하녀, ‘난주’의 유혹에 남편은 여지없이 넘어갔다. 난주는 심지어 명순을 죽이기 위해 음식에 조금씩 독을 타기 시작했다. 난주의 손아귀에 놀아나던 남편은 결국 명순의 간통을 의심해 그녀를 ‘더러운 기생년’이라며 구타하고, 그 모욕감을 참을 수 없었던 명순은 자결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난주.. 2021. 8. 4.
공포 영화의 필수 과목 '스크림' 3편 의 등장인물들은 삶과 영화를 계속해서 비교한다. “내 삶은 맥 라이언 영화 같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얘기하거나, “세상은 어차피 거대한 영화야. 자기가 장르를 선택할 수 없어서 그렇지”라며 그럴듯한 비유를 하지만, 이는 이 영화가 결국 영화에 관한 영화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영리한 포석이다. 인물들은 자신들이 ‘공포영화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히고, 사건의 추이를 관객이 된 양 해설한다. 마치 영화 속 인물들과 영화를 함께 보며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살인마들은 공포영화의 모방 범죄에 관해 얘기하면서, 영화를 모방해 범죄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범죄자를 보다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파티장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랜디 뒤에 나타난 살인마를 보면서 “돌아봐! 피.. 2021. 8. 4.